brunch

주식투자와 평생 친구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어제는 오랜 주식 친구들 두 명을 만났다. 가끔씩 보다가 최근에는 이삼개월에 한 번씩 보는 것 같다.

그중 한 명은 1999년 교보증권 입사 동기로 내 인생과 보통 인연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당시 벤처사업을 하다 망해 빌딩을 팔아 빚 청산을 하고 3억 원을 내 몫으로 받았다.

주변 권유로 주식을 시작해 6개월 만에 삼성전자로 2억 원을 벌어 교보증권에 입사하게 되었다.

주식과 선물 관련 자격증들을 따다 우연히 투자상담사로 입사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2년 만에 주식과 선물, 옵션으로 4억 원가량을 모두 날리고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증권회사를 나와 공인중개사를 하는 동안 그 친구와는 10년 정도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2010년 봄에 나는 부동산을 정리한 후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 난생처음 하나님께 기도를 했다.

"하나님, 기본급 나오는 회사에 취직을 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를 한 후, 이제 별짓을 다한다는 생각에 주위를 살폈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부재중 전화가 와있어 전화를 해보니 이 친구였다.


다짜고짜 자신이 기본급 줄 테니 자기와 함께 일하자는 것이었다. 다시는 주식을 안 하겠다고 다짐했었지만

그 절묘한 타이밍의 전화 덕에 SK증권에 입사해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따는 계기가 되었다.

그 친구는 계속 증권 관련 사업을 하다 몇 년 전부터 코인투자를 해 큰돈을 벌고 있다.

나에게도 코인투자를 권유했지만 워낙 새가슴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또 한 친구는 SK증권 시절 알게

되었는데 올해 은퇴하고 전업투자를 하고 있어 만나면 공통 관심사들이 많다.


나이 들어서도 이렇게 즐겁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은 많지 않다. 마치 주식투자로 끝까지 성공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인지도 모른다. 나도 평생 주식투자를 하고 있지만 돈을 크게 벌었던 기억은 삼성전자가 전부였다. 교보증권 당시 9.11 테러로 풋옵션 대박을 내는 기염을 토했으나 일장춘몽에 불과했다.

젊을 때는 친구들도 많고 주식으로 돈을 벌기도 하지만 시간과 본능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어쩌면 살아남는 주식 투자자와 평생 친구는 희박한 확률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