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오늘은 9월 1일, 월요일이다.
아이들은 개강을 했고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더위 핑계로 자주 못 간 한강 러닝을 시작했다.
하루 종일 비예보가 있었지만 달린 후 상쾌함으로 9월을 시작하고 싶었다. 비를 맞으며 달리는 기분도
나쁘지 않음을 기억했다. 작년 봄 교회 모임에서 10킬로 마라톤대회를 준비하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평생 한강 근처에 살았지만 오십 후반에 처음 한강을 달리며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처음엔 100미터도 못 뛰고 멈춰야 했다. 군대 이후 달리기는 처음이어서 숨도 차고 무릎도 아팠다.
다행히 몸은 조금씩 적응을 했고 지금은 무릎 통증도 사라지고 체력에 자신감도 생겼다.
행복은 내가 지불한 고통 크기만큼 돌려받게 됨을 달리기를 통해 실감하고 있다. 더 오래 참고 달렸을
때 더 큰 쾌감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고통을 미리 지불한 쾌락만큼 안전한 행복은 없다.
댓가를 치르지 않은 쾌락은 반드시 더 큰 고통 청구서가 기다리기 마련이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은 우울함과 공허함이 찾아온다. 그럴 때면 큰일 난 사람처럼 바로 집을 나선다.
동네 공원 산책과 철봉을 한 후 도서관에 가거나 어머님을 찾아뵌다. 강아지를 하루 한 번 꼭 산책을
시켜줘야 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우리도 동물들과 똑같은 육체와 본능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행복은 건강한 몸 상태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몸의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중 달리기는 가장 쉽고 빠르게 근육의 피로감을 불러일으켜 행복 호르몬을 제공해 준다.
무언가에 중독되어야 인생이 행복해진다면 달리기에 중독되고 싶다.
최근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한강을 달리고 있다. 달리면서 정신적 쾌감에 취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중년 이후에는 근육양이 줄어든 만큼 행복 호르몬과 인지 능력도 줄어드는 것 같다.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육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까지도 지켜준다. 나는 두 가지에 중독되어 살고 싶다.
언젠가는 글을 쓰다가, 또는 달리면서 눈물을 흘리고 싶은 9월의 첫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