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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로 Sep 09. 2024

완벽한 아내와 주식시장

결혼 20년 차 일기

완벽한 아내와 주식시장     2020년  6월  13일


 나는 완벽한 아내와 살고 있다.

 내가 꿈꾸던 아내의 세 가지 조건이 었고, 아이들에게도 거의 완벽한 엄마임에 틀림없다.

아니 내가 꿈꾸던 아내보다도 훨씬 더 많은 장점을 갖고 있었고, 이제 가정 경제까지도 책임지고 있다.

그런 아내와 살면서도 가끔씩 못난 내 피해의식이 발동되어 미워하고 원망한다.


 대부분 내 잘못으로 아내를 서운하게 한 후에 아내의 화난 감정을 공격하는 나의 못난 성질 때문이다.

만약 내가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면 지금과 같은 중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일단 나는 큰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신혼 초에 주식과 선물, 옵션으로 4억 가량의 돈을 잃었고, 그 이후에도 적지 않은 돈을 날렸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 2년, 벤처사업 3년, 증권회사 3년, 부동산 8년, 요가원 3년, 고시원 6년 등 이런저런 사업을 했지만 겨우 먹고 살 정도였다. 내 능력으로 큰돈을 벌지 못했고, 좋은 아내를 만난 이유 하나로 과분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주식으로 큰돈을 벌지는 못할 것 같다. 이번에도 기다리면 수익이 나는 상황에서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손실을 확정했다. 그 행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하여 하락 베팅으로 손실을 확대시켰다.

그나마 위안을 하자면 돈이 없어 적은 돈으로 좋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완벽한 괴물이어서 그 어떤 참여자들도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달려가 모두를 사지로 몰아넣는다. 그럼에도 시장을 이겨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내 교만에 불과 한지도 모른다.

주식시장과 아내는 완벽하다.

어떤 경우에도 완벽한 것과 싸워 이기려 하는 어리석은 인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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