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투자 일기
1999년 증권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삼성전자로 6개월 만에 2억을 번 것을 제외하면 주식으로 돈을 번 적이 없다. 교보증권에 입사한 후 2년 만에 총 4억을 주식과 선물 옵션으로 몽땅 날리고 말았다. 빌딩을 처분하고 남은 마지막 돈까지 모두 날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공인중개사 시험을 보게 되었다. 빈털터리가 되어 부동산에 입문하여 7년 간 생활을 하면서도 돈만 생기면 주식 투자를 계속하였다.
아내가 3년 동안 어렵게 모은 곗돈 3천만 원을 작전주로 한 방에 날리기도 했고, 아내 몰래 집 대출받아 선물 옵션 투자를 하기도 했었다. 나름 증권회사 경력과 주식 관련 자격증들도 있는 전문가라며 자신 있었지만 승리는 언제나 잠시 뿐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내에게 들통이 나면서 모든 경제권이 아내에게 넘어가고 나서야 비로소 주식 투자를 멈출 수 있었다.
부동산을 그만둔 후 2010년 우연히 SK증권에 입사하게 되면서 다시 주식과 옵션 투자를 하게 되었다. 물론 고객 돈을 굴리는 일이었지만 다시 주식 투자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따고 SK증권을 나와 일로투자연구소라는 사무실을 차렸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고시원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주식 투자를 멈추지는 못했다.
도박을 끊기 어려운 것처럼, 주식도 도박과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돌아가고 있다. 돈을 딸 때의 도파민에 중독되어 한방이면 다시 복구할 수 있다는 희망 고문에 중독되는 것이다. 결국에는 수수료를 챙기는 하우스만 돈을 벌게 되어 있다. 아무리 수익을 크게 내도 인간의 탐욕은 채워질 수 없어, 계좌 속 돈은 언젠가 다시 주식을 전부 살 수밖에 없다.
50%의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 100%의 수익을 내야 하는 게임을 반복하다 보면 수익 확률은 0으로 수렴한다. 거기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폭락 폭등 장 속에서 공포와 탐욕을 이겨 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원리를 알고 있었지만 나도 코로나 폭락장에서 손절을 당했고, 그 이후 폭등장마저도 곱버스 베팅을 하는 어리석은 투자를 반복하였다.
다행히 나에게 경제권이 없어 용돈을 모아 조금씩 했기에 큰 경제적 위험을 떠 안지 않았을 뿐이다. 2021년 초 주식 광풍이 몰아 칠 때 내 아내마저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나마 그 해 7월 손실 없이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건 내 수업료 덕분이었다. 2000년 증권회사에서 느꼈던 강세장 파티의 마지막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기에 또 당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살아남아 지켜볼 수 있으면 언젠가 지금까지의 실패 경험들이 헛되지 않을 날이 올 거라 믿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