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투자 일기
돌아보면 부동산 투자가 결국은 내 중년의 경제력을 좌우한 것 같다.
이렇게 중요한 투자였는데도 불구하고 내 판단보다는 우연과 행운에 기인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워낙 부동산을 모른 터라 나는 IMF 한 폭 판에서 강남 대로변 빌딩 두 채를 공시지가 보다 싸게 팔아버렸다.
그 당시 한 달 3천만 원 하던 사업 이자를 내느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최악의 부동산 거래였다.
내가 그나마 이렇게 살고 있는 건 IMF때 망해 가는 상황에서 친척 형을 도와주려고 산 아파트 덕분이다.
신문 광고를 내도 안 팔리고, 동생 급여까지 압류가 들어왔다며 찾아왔던 그 형을 위해 떠안은 것이었다.
나중에 정 안되면 내가 들어가 살면 된다며 마침 들어온 빌딩 판 계약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연히 공인중개사 시험을 보게 된 것 또한 내 부동산 투자 인생을 크게 좌우하는 사건이 되었다.
서른 중반에 증권회사를 나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 공부를 하다 시간이 남아 공인중개사 시험을 보았다.
공부를 하면서 부동산에 눈을 뜨게 되며 날려버린 빌딩들이 얼마나 큰 재산이었는지를 비로소 깨달았다.
역삼동에서 부동산을 할 때 내가 없는 사이, 아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중개를 하러 왔었기에 살 수
있었다. 2008년 당시에는 부동산 장기 침체 시기라 아무도 부동산을 거들 떠 보지 않던 시기였다.
부동산을 할 때 생긴 목돈으로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서 갈등을 하다 집을 사는 내 모습은 정말 소심해
보였다. 주식 손실을 만회하고 싶었으나 앞으로 우리 가정은 30평대 아파트가 필요할 것 같다는 막연한 계산
때문이었다. 전세를 끼고 부동산에 묶어 놓은 소심한 투자가 내 삶의 경제력을 결정짓는 단초가 되었다.
내 계획과 판단 보단 여러 우연들이 겹치면서 어쩌다 보니 그런 선택들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부동산 폭락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부동산만큼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해 주는 투자처는 없다. 부동산 대출로 매월 이자를 감수하더라도 살 집에 투자하는 것이 우선이다. 부동산 투자는 돈을 묶어 놓아 강제로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재테크 수단이다.
동시에 내 가족들에게 가장 확실한 안정과 행복을 제공해 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내가 살집을 사는 행위는 재물과 행복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투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