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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기도

중년 성공 일기

by 일로

총각 때는 어머니를 따라 절이나 산에 가서 제사를 지내기도 했고, 고등학교 때는 스님이 되려고 월정사를

찾아간 적도 있었다. 어머니는 항상 절에 다니는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결혼 후 나는 아내를 따라 교회를 다닌다. 어머니와 살 때는 집 근처 교회를 다녔고, 성수동에서는 아파트 근처 교회를 다녔다. 그 덕분에 아이들도 어렸을 때 유치원 대신 선교원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아내를 따라 교회를 다녔지만 성경을 읽거나 기도를 해 본 적은 없었다. 다만 교회에 가면 마음에 위안과 평안을 얻어 나중에 나도 교회를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신비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부동산을 정리한 후 오랜 백수 생활 중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 간절한 마음에 난생처음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하나님, 기본급 나오는 곳에 취직을 하게 해 주세요" 이렇게 중얼거리다

이제 별 짓을 다한다는 생각에 주위를 살폈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한 후 나와보니 모르는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전화를 해보니 다짜고짜 "광일 씨, 요즘 뭐해요? 내가 기본급 줄 테니 나와 함께 일해 볼래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정신없이 하겠다고는 했으나 아내에게는 며칠 동안 알리지도 않았다. 아내는 기도응답이라며 기뻐할 것 같았고 그런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전화를 준 친구는 교보증권 입사 동기였는데 10년 만에 처음 전화를 준 것이었다. 이삼 년 전에 부동산 앞에서 만나 내 명함을 준 것이 전부였는데 선물자격증 있는 사람을 찾다가 내 생각이 났다는 것이다.

내 주소와 상관없이 자리 난 지점으로 발령이 난다고 했는데 우리 집에 걸어서 10분인 SK증권 청담점이었다.

나는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었고, SK그룹 연수원에 들어가 신입사원 교육을 받으며 간증 아닌 간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SK증권에 입사해 옵션 포지션 매매를 경험하고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증권업계에 남아 있던 모든 아쉬움들을 털어 버릴 수 있었다.


논현동으로 이사를 와서 집 근처 교회를 다니다 교회가 이사를 가면서 이년 정도 교회를 다니지 않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유명하신 목사님들 설교만을 듣다가 올 초에 갑자기 교회를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 아침 무작정 아내와 학동역 사거리로 나갔다가 거짓말처럼 교회 띠를 두르신 권사님을 만나 지금 교회로 인도될 수 있었다. 교회 셔틀버스가 바로 일주일 전부터 학동역 운행을 시작해 타고 갈 수 있었다.

목사님 설교와 순모임도 좋고 난생처음 성경 통독을 하고 있다. 성경 말씀을 읽으며 죽기 전에 읽어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마음에 여유가 생겨 성명 말씀들이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하다.


성경을 처음 읽어보며 막연히 알고 있던 예수님 이야기들이 역사적 사실이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인간에게서 나올 수 없는 말들과 이적들, 제자들과 바울의 목숨 바친 전도 여행을 읽으며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나지 않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인간의 사역들이라는 사실을.

최근 박진영 씨의 목회를 보면서 성경을 정확히 읽고 알게 되면 저런 마음이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었지만 성경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참 다행이다. 살면서 이런 진리의 말씀과 우리 삶의 평안과 행복을 담보해 주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나도 우리를 위해 죽고 내 곁에 살아계시는 예수님을 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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