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에 대하여
내가 몰랐던 성공
아이들이 둘 다 대학을 간 후 인생의 새로운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한 번도 상상이나 기대하지 못했던 행복감이었고, 내 성공의 기쁨보다도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면서 언제부터인가 내 인생이 성공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 큰 성공과 행복을 바란다면 벌을 받아 마땅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오십 이후 백수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패배감과 공허함의 반작용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 나름의 자기 합리화와 정신 승리였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두 딸들이 우리 부부
에게 가져다준 선물은 너무 큰 것이었다. 중고등학교 내내 아무런 기대나 욕심이 없었던 터라 더 기뻤는지도 모르겠다.
두 아이 모두 내가 상상도 못 했던 대학들에 합격한 후, 나는 구름 위로 걷고 있는 것만 같았다.
더는 잘난 척하지 말자고 다짐을 해도 자제가 힘들 정도였다. 아이들이 이렇게 부모에게 큰 기쁨을 주는 존재라는 사실이 신기했고, 이제야 진정 부모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말 몰랐다. 중년 이후에는 자식들에 의해서 내 삶이 평가받고, 내 행복이 좌우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 야망에는 성공과 행복은 있었지만 진정한 성공과 행복이 어디서 오는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마흔에 찾아낸 성공 방향으로 쉼 없이 달려가다 어느 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맞닥뜨린 느낌이었다.
사회적, 물질적 성공은 하나도 이루지 못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는 성공했고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고 말이다.
주변에서도 그런 시선으로 우리 부부를 봐주는 것 같아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다.
어쩌다 아이들이 좋은 대학을 가서 꼭 행복해졌다는 것은 아니다. 지나 온 과정들이 우리 가족 모두 행복했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우리 부부와 아이들 행복을 위해 살다 보니 상상하지도 못한 축복들이
쏟아지게 됨을 경험했다고 말이다.
나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살아가다가 관중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골인 지점을 통과한 기분이다.
이것은 내가 예상치 못한 인생의 기쁨과 보람, 그리고 성공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삼 년이 흐른 지금은 이 감정 또한 많이 희석되었다. 오히려 중년 이후 가장 큰 성공은 역시
좋은 부부관계라는 사실을 요즘 더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