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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열음 Jan 30. 2024

월화 수목금 토일

다시 월요일이 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 수목금만 출근하는 세미-직장인에게는 월화가 주말이다. 진짜 주말에는 교회일이 가득하고, 아무 일정도 없는 날은 월화. 바로 오늘!


월화에 쉬면서 글쓰고 할 일 하고, 수목금에 일하고, 토일에 교회 가는 루틴이 약 한 달쯤 지속 되었다. 수목금토일에 쌓인 피로를 월화에 제대로 풀어야 하는데, 사실 월화에도 할 일들이 있으니 푹 늘어져 쉬기는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말에 교회 다니면서 주5일 출근하는 진짜-직장인들은 어떻게 쉬면서 놀면서 일하는지 진짜 궁금하고 존경스럽다.


어쩌면 내게는 유예 기간이 주어진 건지도 모른다. 일도 배우고 몸도 달구고 체력도 기를 수 있는 시간. 3개월은 참 넉넉하다. 벌써 1/3이 지난 것만 제외하면... 회사 근처에 청약도 넣어가면서 새로운 곳에 정착할 준비를 한다. 4월부터는 진짜 독립 + 본격적인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우선 준비. 분명한 준비.


주로 월요일에 카페를 가고 화요일엔 도서관을 간다. 월요일은 도서관 휴관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요일은 다음날 출근이라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에 더 부지런해진다. 월요일 출근을 앞둔 일요일 저녁의 마음. 그래도 내 주변엔 무언가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걔들과 함께 있다 보면 이 시간이 절대 무료하지 않다. 막막하지도 않다. 그저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활기찬 스물 여섯이라는 자각만이 남을 뿐이다.


지금도 내 옆에는 자소서를 쓰는 애와 시험을 준비하는 애가 있다. 지난주 월요일에도 공부한다는 이유로 모였지만 우동만 맛있게 먹고 떠들다 헤어진 전적이 있다. 그래도 이번주는 사뭇 다르다. 진짜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을 가지고 모였기 때문일까. 혹은 멀리 가지 않고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났기 때문일까. 집과 가까울수록 일상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당장 하지 않으면 집에 가서 처리해야 할 미래가 생생히 그려지기 때문이다.


월요일과 화요일을 잘 보내야 수목금이 윤택하고... 그래야 토일에도 밀려난 일 없이 교회에 머물 수 있고... 결국 월화에 상쾌한 일주일을 시작할 수 있다. 지난 한 달 내내 꼭 하려고 했지만 절대 실패한 일이 두 가지 있는데, 그건 운동과 공부이다. 앉아 있는 엉덩이력을 기르기 위해 코어 운동을 하려고 했지만 대차게 실패, 마케팅 / 엑셀 강의 좀 들어보려고 했지만 죄책감만 가득한 채로 유보... 매주 아침잠만 늘어난다. 오늘은 무려 12시에 기상했다.


집에서 프렌즈만 보다가 하루를 끝내는 날들이 많아진다. 피로를 회복한다는 이유로, 이완되는 시간만 확보하려 한다. 잔뜩 늘어진 채로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면, 고작 한 달전에 레터를 쓴다는 이유로 미디어 디톡스를 했던 일이 떠오른다. 그때는 무한도전 보느라 바빴는데... 가만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은 왜 이렇게 재밌는 걸까. 그것들은 꼭 무용한 걸까.


답을 알면서도 스스로를 속인다. 기만하고 외면한다. 글을 쓸 때마다 아주 오랜만인 듯한 이유도, 책을 읽을 때마다 낯선 이유도 그렇다. 텍스트로 먹고 사는 사람이면 텍스트를 가까이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알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흘려보내기보다 꼭 붙잡고 싶은데. 오늘 무얼 했는지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하루가 온다면. 최소한 아무런 거리낌 없는 하루를 보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이번 월요일도 질문만을 남긴 채 끝나간다.



2023.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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