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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열음 May 12. 2022

왠지 우울한 일주일


그래. 나는 글쓰는 사람이니 글을 써야 한다.

아는 하고 싶은 일을 모조리 해야 하는 일로 만들어버리는 불안한 습성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이라서 시작해보면 어느 샌가 해야  일로 변해 숙제처럼 뒤로 미뤄두는 것들.

브런치도… 유튜브도… 블로그도… 운동도…

아무리 자기 피알 시대라고 하지만 나 혼자만 즐길 수 있는 영역은 좀 남겨둬야 하지 싶다.

혼자가 오롯이 되는 시간, 나는 그게 필요한데.

혼자 집에서 티비나 보면서 모두 잊어버리는 그런 시간 말고.


이번주는 지난 주와 다른 무언가 있다.

우울감 같으면서도 잘게 씹히는 무언가.

모을 필요도 없이 뱉어버리고 싶은데 뱉어지지가 않는다.

소중한 친구가 3주간 여행을 떠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생리 일주일 전이라 호르몬의 노예가 된 것인가?

아니면 돈이 없어서 약속 없이 집에 있기로 다짐해서인가?

그게 뭐든 제발 좀 꺼져라.

나는 혼자만으로도 충분하고 싶다.

자기로 충만하고 싶고, 내가 걷는 모든 걸음에 합당한 이유 따윈 없었으면 좋겠다.


오픽을 준비하려면 먼저 텐션을 높여야 하고, 빌딩을 잘해야 한다.

무언가 방방 떠있는 사람처럼 있잖아~ 그래서 말이야~ 하고 신나게 지껄여야 한다.

그리고 언어의 체계를 쌓아올려 조리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게 내 이야기든 아니든 상관 없다.

나는 이번주에 무엇을 잘못 쌓아 올린 것인가.

어쩌면 그보다 훨씬 전부터 무언가 수상한 것이 비집고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어제 친구와 이런 얘기를 했다.

자기는 하나님을 믿고 나서부터 사람들이 무섭지가 않다고.

한동안 사람과의 엇갈림을 두려워하고 나쁜 사람이 되길 원치 않았던 나는, 뭐야.

친구의 귀중한 말을 듣고 보니 맞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조금이라도 틈이 생겼을까 마음을 왜 졸였는가.

나의 위에는 사람이 설 수 없다. 어디 닿을 것 없이 바로 하나님이다.

내 위에는 바로 하나님이 있다.


이런 값진 얘기를 듣고 나는 이 말을 해주었다.

메멘토 모리라는 말을 아냐고.

죽음을 기억하라는 이 무시무시한 말이 내게 얼마나 안도를 주는지.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세요.

너도 죽고 나도 죽고 우리 모두는 죽을 거예요.

죽음이 있기 때문에 생이 더 빛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 것이다.

그러니 이 빛나는 생을 중요한 데 써야 한다고.


이 죽음을 이기는 삶이 진짜 삶이라는 걸 자꾸만 까먹는다.

생각했다가도 다음 날이면 까먹고 또 다음 날이면 까먹는다.

그러니 활자로 새겨서라도 기억하자.

메멘토 모리, 나는 반드시 죽는다.

죽음을 앞에 두고 내 생을 바라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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