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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열음 Jan 09. 2023

전자책의 가벼움

전자책은 그야말로 가볍다. 두껍고 무거운 책을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으며, 항상 들고 다니는 핸드폰 하나면 된다. 또는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패드 정도면 된다. 그러면 카페에서 그걸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카톡도 하고, 못할 게 없으니.


종강과 졸업으로 시간이 많이 생겨버린 요즘, 사실 취업준비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일 년 정도 숨쉴 틈을 갖기로 했다. 그러니 시간이 생겼다기보다는 어떻게든 시간을 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루하루 유의미하게 시간을 붙잡아두고 싶었다.


그래서 소정의 목표들을 세웠다. 너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잠시 멈춰 선 다음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차곡차곡 하나고 싶었다. 당연히 글쓰기와 책읽기도 포함되어 있다. 책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경험치와 폭이 너무나 적고 좁은 나에게 다독은 필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엇이든 많이 읽어보자, 그러려면 전자책이 제격이다.


평소엔 가끔이라도 종이책을 사서 읽곤 했다. 가끔 중고서점 같은 곳에서 한두 권씩 사오고, 진짜 읽고 싶은 책은 교보문고 같은 곳에서 시키기도 했다. 한 때 출판사 서포터즈를 하면서 관심도 없는 종류의 책을 무자비하게 받아 읽어야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기억이 좋지만은 않아서 정말 소중한 책만 사서 편독하게 되었다.


최근에 산 책 중에는 이슬아 작가의 수필집, 그리고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는 작가들의 글 모음집에 가장 애정을 쏟았다. 한 번만 읽기는 아쉬워서 몇 번이고 읽었다. 특히 이슬아 작가의 책은 침대 옆에 두고, 편안한 조명을 켜고 잔뜩 이완된 채로 읽었다. 그러고 나면 언제든 쉽고 맛있게 읽을 만한 책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러나 전자책으로 다독을 결심한 지금은 책에 대한 소중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종강한 후로 7권의 책을 읽었지만, 이름이 단번에 생각나는 책은 몇 권 없었다. 물론 읽을 때는 몰입도 되고 계속 읽고 싶었지만, 어쩌면 이 전자책들은 내게 유튜브 같았다. 편하고 쉽지만 기억에 남지는 않는 무엇이었다.


더군다나 전자책은 전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또한 무형의 것이기 때문에 책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든다는 느낌도 없다. 종이책을 읽을 때면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있고, 얼만큼의 책을 읽었는지, 이 책이 얼마나 묵직한지가 느껴지곤 했는데. 전자책은 화면 속에 보이는 이 한 페이지가 전부였다. 그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다시 그곳을 찾기가 쉽지도 않았다.


사실 전자책을 읽기로 다짐하게 된 데는 종이책의 가격도 있었다. 책에 관련된 많은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직장도 없는 나에게 책 한 권은 결코 가볍지 않은 가격이었으므로. 원하는 책을 두 권만 사도 3만원을 홀라당 투자해야 하는데, 내가 원하는 만큼 다독하려면 한달에 열 권은 사야 했다. 야망을 따라갈 만큼의 경제력은 없으므로 전자책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전자책 한달 구독권이 책 한권의 가격에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 자기 전에 책을 읽고 싶을 때면 종이책을 붙잡게 된다. 그야말로 책은 붙잡고 싶은 무언가인데, 특히 이슬아 작가의 수필집은 정말 두꺼워서 그립감도 좋다. 그가 매일 글을 쓰는 자신만의 챌린지를 하면서 독자들에게 선물한 그 책이 너무나 소중해서 자주 붙잡고 싶어진다. 그리고 나도 그런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글을 쓰고 싶다고 자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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