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열음 Feb 22. 2023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삶의 본보기가 되어주는 몇 편의 책과 글들이 있다. 내게는 파울로 코엘료의 책들이 그러하다. 그는 정말 경이로운 글을 쓰는 작가이다. 지독하게 부럽고 존경스럽다!


그의 글은 아주 일상적이어서 자주 비현실적이다. 소설이라 함은 상상 이상의 것, 초현실적일 때가 많은데 그가 담는 세계는 작고 소중한 일상의 단편들이어서 아주 오랫동안 꼭꼭 씹어먹고 싶게 만든다. 나 역시 그런 일상적이고 여운이 남는, 자주 열어보고 싶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려 하기 때문.


처음 <연금술사>를 읽고 그것을 열심히 소화하면서 유럽 여행을 결심했다. 자아의 신화를 믿고, 이 세상에 꿈을 이루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 글을 쓰겠다는 막연한 꿈도 그렇게 현실로 만들었던 것 같다. 내게는 비현실의 세계에 있던 것들이 자꾸만 현실의 세계로 넘어왔다. 남들은 미쳤다고 할 지도 모를 일들이 내게는 제패해야 할 목표로 남아 있다.


이를 테면 세계 여행(이루는 중), 글쓰기를 업으로 삼기(시작할 것), 졸업하고 일년동안 쉬면서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현재) 같은 것들. 특히 지난주에 졸업을 하고나니 내가 이제 무직 상태이며 지금 보내고 있는 갭 이어가 얼마나 일반적이지 않은지를 자꾸 실감하게 된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건 무모하다는 거고, 무모하다는 건 미쳤다는 것과 한 끗 차이니까. 자꾸 두려워지려는 걸 꾹 참았다.


그러다 이 책을 또 만났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사실 이 책을 알게 된 건 작가 때문만이 아니라, 이 책의 배경이 된 슬로베니아를 여행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류블랴나라는 도시를 제대로 여행하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고 해도 모순이 아니다. 게다가 베로니카라는 이름이 너무 예뻐 보였다. 스타벅스에서 저렇게 긴 이름을 써도 괜찮다면 닉네임으로 삼고 싶을 만큼.


베로니카~ 얼음 좀 가져다 주세요~


베로니카는 제목 그대로 자살을 시도하다가 한 악명 높은?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수의 미친 사람들을 만나, 미친 사람들만 모인 자유의 공간에서 많은 것을 얻는다. 모두가 미쳐있기 때문에 그들은 오히려 자유를 얻는다. 어떤 비난도 판단도 유효하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수의 환자들이 완치되고도 그곳을 떠나지 않기로 결심한다.


결국 ‘정상적’이라는 상태는 다수가 인정한 사회적 합의일 뿐이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은 괜찮다고, 사회적으로 용인된다고 말하면 그것이 정상이 될 뿐이라고. 과거의 수많은 예술가와 선지자들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으며, 사람은 어느 정도 미쳐야 진정한 자신을 인정하고 드러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을 가리고 희생하고 침묵하는 것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자주 망각하며 산다. 죽음을 바로 눈 앞에 둔 사람처럼 살아야겠다고, 하루 하루를 귀중히 여기겠다고 가끔은 생각하지만 자주 불평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나를 힘들게 한 누군가, 말도 안 되는 어떠한 상황, 앞으로 다가올 불확실하고 막연한 미래에 자주 압도당한다. 그러나 나의 삶은 그런 것들에 휘둘리기엔 너무나 짧고 아름답다는 것이 이 책을 통한 감상.


죽기로 결심하고 결심하고 결심하다 결국은 살기로, 진짜를 살기로 간절하게 다짐하는 베로니카. 그 아름다운 이름을 자꾸 생각하다보면 억지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이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또는 자신이 죽음에 임박한 경험을 했다면 저절로 삶을 소중히 여기게 될 수밖에.


나 역시 엄마를 생각하면 내가 두 배로 값진 삶을 살아내겠다는 허황된 꿈을 품기도 한다. 특히나 곧 떠나게 될 여행을 생각하면, 분명 엄마가 기뻐할 것이라는. 대학을 졸업하고 글을 쓰겠다고, 그리고 여행을 하겠다고 용기를 쥐어짜낸 나를 보면 분명 웃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가족의 천성은 용기 쪽보다는 두려움 쪽이니까. 충청도를 떠난 적 없는 우리 가족에게, 아빠에게 나는 하나의 반향일 테니까. 그렇게만 생각해도 조금은 자랑스러워진다.


자주 두렵고 가끔 감해지는  속에 베로니카가 스며들  기를. 언제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잃지 않을 것. 작은 나를 넘어서는 도전과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

작가의 이전글 점장 수난시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