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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에서 꼭 해볼 일 1가지

쿠알라룸푸르에는 별이 많다.

by Grace

쿠알라룸푸르는 우리나라에 비해 상당히 고층빌딩이 많다. 우리가 묶은 레지던스에는 57층의 루프탑 수영장이 있었다. 우리는 그런 고층에 있는 수영장을 처음 가보았다. 눈을 크게 뜨고 건물들이 반짝이는 야경을 바라보며 처음 보는 광경에 황홀한 감정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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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켜진 건물들이 별처럼 반짝였다. 그 은하수가 쏟아지는 밤, 우리는 손을 잡고 수영을 했다. 아무것도 농담으로 크게 웃었고, 서로의 손을 끌어주며, 물장난을 쳤다. 우리는 이따금 수영을 멈추고 야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날 남편은 어떤 생각에 잠겨있었는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온전히 서로를 바라보았으며 그날의 야경은 벅차도록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평상시 집에 같이 있을 때도 각자 핸드폰을 하거나. 딴청을 피우다가 상대방의 말을 대충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항상 같이 있었다고 하지만 서로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은 몇 퍼센트나 되었을까. 우리는 함께 있었지만, 각자의 일로 늘 바빴다. 대화를 하면서 핸드폰으로 쇼핑하는 건 일상이 되었고, 텔레비전을 보며 건성으로 대꾸하다가 토라지기도 했다. 분명히 지난번에 얘기했는데도 처음 듣는다는 듯한 표정의 남편에게 점점 공격적으로 변해가던 나였다.


바쁠 망 忙 은 잃을 망 亡에 마음心이 합쳐져 있다. 무언가에 쫓기는 듯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마음을 잃는 채 살아가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보는 핸드폰 알림, 텔레비전 뉴스 등 여러 가지 자극들에 노출되어서 일상을 온전하게 살아가는 기쁨을 잃어가는 것이다.



일상에 지쳐가던 우리에게 어쩌면 가장 필요했던 시간은 어떤 목적의식도 방해도 없이 차분하게 함께 있는 그 시간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시시콜콜한 사소한 것에도 많이 웃게 되던 그날 밤, 도시의 반짝이는 불빛을 무대 삼아 우리는 100% 함께 있었고, 행복했다.



여행을 많이 가봐서 단련됐다고 해도, 부부가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꼭 한 번씩 싸우게 된다. 서로 토라지고 섭섭하고 화가 나는 순간이 많다. ‘왜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일까.. ’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그날 밤 웃음과 설렘의 순간은 삶 속에 자주 찾아오지 않는 유일한 것이었다. 함께 수영하며 들떠있던 그날 밤, 남편의 웃음소리가 얼마나 시원한지, 쿠알라룸푸르의 야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조금은 알 거 같았다. 쿠알라룸푸르에 별이 진짜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건물이 비추는 불빛이 내게는 별이 되었고, 나는 쿠알라룸푸르의 밤은 별이 많았다고 기억하게 되었다. 가끔씩 찾아오는 이런 순간 때문에 나는 낯선 곳이 좋아진다,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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