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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 가사문학의 향기

018. 한국가사문학관

by 바이크 타는 집사

<한국가사문학관>

- http://www.gasa.go.kr/

관람시간: 09:00~18:00 / 5월~8월: 09:00~19:00 / 11월~2월: 09:00~17:00
관람료: 무료
휴관일: 없음(연중 무휴)
문의 전화: 061) 38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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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전국 문학관 투어 열여덟 번째, 한국가사문학관이다.


한국가사문학관은 4년전 담양, 남원 여행하면서 가족들과 방문했던 곳이다. 당시 큰 딸이 고등학생이어서 아는 작품들이 있다며 꽤 관심을 가지고 관람을 했었다. 이번에 다시 방문했다.


가사문학관은 2000년 건립되었다. 벌써 25년의 시간이 흐른 꽤 오래된 문학관이다. 담양은 조선시대 호남의 중심지로, '사림의 전통과 숨결이' 곳곳에 서려있다고 한다. 가사문학관 걸립비에서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전국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소중한 문화 유산인 누정과 가사문학의 집산지로서 이른시기부터 주목받아왔다. 호남 사림의 시회(詩會)와 강학(講學), 사색(思索)과 연찬(硏鑽)의 공간이었던 누정이 줄은 선듯 즐비하고 양반가사의 효시로 알려진 이서의 '낙지가'를 비롯하여 강호전원가사의 으뜸인 송순의 '면앙정가'와 정철의 '성산별곡', 충신연주가사의 백미로 우리나라의 참 문장으로 칭송 받는 '사미인곡'과 '속미인곡', 충과 효를 일깨워 인간의 도리를 밝힌 남극엽의 '충효가', 부모님 공경과 흠모의 정을 밝힌 남석하의 '사친곡' 등 600년의 창작전통과 주옥같은 18편의 가사를 이루어 한국 문학사상 크게 기릴 문풍의 맥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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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문학은 고려 말에 발생해 조선시대 시조와 더불어 가장 활발하게 향유되던 문학 갈래이다. 고려말 나옹화상이 지은 '서왕가'를 가사의 효시로 보고 있다. 시조와 동일하게 3.4조의 4음보격으로 여기서 3.4조, 4.4조는 음수율 즉 우리말 글자수를 의미한다. 고려말은 한글 창제되기 전이니 고려말에 지어진 '서왕가'는 구전되다가 한글 창제 이후 정착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첨삭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어찌되었든 3.4조, 4.4.조의 4음보의 연속체 운문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길어 산문적 성격을 띄고 있어, 산문과 율문의 중간형태로 보기도 한다.


학창시절 배웠던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면앙정가, 규원가, 선상탄, 누항가 등이 모두 가사작품이다.




가사문학관은 넓은 정원에 꽃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많은 가사 작품들이 누정(누각과 정자)을 소재로 한다. 누정은 풍광이 뛰어나거나 시야가 트여 전망이 좋은 곳(일명 뷰 맛집)에 많이 지어졌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멋진 경치를 노래하는 작품들을 많이 썼는데,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강호가사'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인지 가사문학관의 정원에는 작은 정자가 있고 멋진 연못과 꽃나무들이 가꾸어져 있어,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운치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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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사문학관은 2층 건물로 1층에는 세미나실, 영상실과 3전시실 등이 있다. 2층에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이 있어, 관람은 2층부터 시작한다.


1전시실은 송순과 정철과 관련된 전시가 주를 이루었다. 송순과 정철에 대한 소개, 필사본, 누각의 현판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정철이 사용했다는 술잔과 송순의 과거시험 답안지도 전시되어 있어 관람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송순의 '분재기'가 인상적이었다. 송순이 80세에 8남매에게 전답 및 노비 등 재산을 분배한 친필 기록인데, 그 길이에서 글자수까지 국내 최대급의 분재 문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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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과 관련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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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순과 관련된 전시


2전시실은 작자미상의 가사작품들로 시작된다. 규방가사가 많고, '수연가'라하여 회갑을 축하하며 만수무강을 축원한 노래와 같은 작품들도 소개되어 있다. 작자 미상의 작품들은 당대 쓰여진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듯했다. 오래된 한지와 글쓰들을 보며 우리말이지만 독해(?)가 잘되지 않기도 했고, 심지어 읽기도 힘든 글자들이 있었지만 하나하나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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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담양에서 지어진 가사 18편'을 소개하고, 다음으로 가사의 효시로 알려진 '서왕가'를 쓴 고려의 나옹화상, 정극인, 허난설헌, 박인로 같은 작가들도 소개하고 있다. 작자미상의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들은 모두 필사본으로 문학관을 건립하면서 하나씩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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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전시실소장본 서적들과 현판 등이 전시되어 있는 것 같다. 여러 작가들의 시문집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 쯤에서 아쉬운 점에 대해 언급해야 할 것 같다. 한국가사문학관에는 3개의 전시실이 있는데, 각각 어떤 주제로 전시실이 꾸며 놓았는지, 제목이나 설명이 있다면 관람하는데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관람을 하면서도 관람을 하고 나와서도 각 전시실이 어떤 주제로 꾸며졌는지 얼른 머리에 정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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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액자로 전시된 가사와 시조 작품들도 걸려 있어 학창시절 배웠던 작품들을 찾아 보는 재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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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문학관에 걸려 있던 노계 박인로의 시조로 '한국가사문학관' 관람기를 마칠까 한다.


박인로의 시조 '반중 조홍감이'는 친구 이덕형이 보내준 홍시를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쓴 4수의 연시조 '조홍시가' 중 제1수에 해당한다. 홍시를 보고 '회귤고사'를 떠올리며 품어서 어머님께 가져다 드리고 싶지만, 어머니가 계시지 않으니 드릴 수가 없음을 한탄하는 노래이다. 풍수지탄이다.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음즉도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길 이 없을새 글로 설워하노라.
- 박인로, [조홍시가] 제1수.





한 줄 느낌

- 옛 문학과 고서 등에 관심이 많다면 꼭 추천해 주고 싶은 문학관이다.


한 줄 평

- 가사문학이 집대성된 문학적 가치가 빛나는 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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