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설정을 통한 문제고객 관리기법
여성환자가 말이 안 되는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고 보상을 요구했다. 병원 측의 과실이 없음으로 보상할 수 없음을 설명했다. 병원 측의 과실이 있을 경우에는 정중하게 사과하고 보상도 검토한다. 그러나 명확하게 병원 측의 과실이 없고 비논리적으로 주장하는 민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한다.
본인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고객은 흥분했다. 흥분했다고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고객은 흥분하면서 상담실문을 세게 쾅 닫고 나갔다. 그래도 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상담실 문을 쾅 차고 가버렸다. 두꺼운 상담실문이 강력한 킥에 움푹 들어간 흔적이 남았다. 상담실의 모든 직원이 확인하고 모두 놀랐다. 상담실 문은 매우 단단한 문이어서 저렇게 움푹 들어간 흔적을 남기기가 쉽지 않다. 덩치도 작은 그녀에게서 어떻게 저런 괴력이 나왔을까? 축구선수 출신이었나? 다행히 문을 사용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다음날 또 전화가 와서 말이 안 되는 소리를 계속했다. 그냥 두면 계속 전화할 태세다. 뭔가의 조치가 필요했다. 고민했다. 그리고 시설팀에 전화했다. 상담실 문을 수리하려면 얼마나 드는지 문의했다. 문짝 비용과 인건비 합해서 상당한 금액의 견적을 내주었다. 상담자도 그 비용에 놀랬다. 그 금액은 고객이 병원에 요구하는 보상금액을 훨씬 초과하였다.
고객에게 전화를 했다.
"지난번 상담실 문을 발로 차서 문이 파손되었어요. 수리비용이 이만큼 나왔으니 보상해 주세요!"
전화를 받은 고객은 당황했다. 오래전 개그콘서트에서 보이스피싱 상황을 소재로 한 "고객님, 당황하셨어요?" 란 유행어가 생각이 났다. 당황한 고객은 문을 발로 찬 것은 인정하지만 그 정도로 파손되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직접 와서 확인하시라고 했다. 와서 확인하더니 파손된 것에는 동의하지만 수리금액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면 돈으로 보상하지 말고,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동일한 문으로 교체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당황한 모습이었다. 확인하고 연락 주겠다고 했다.
다음날, 전화가 왔다.
"사는 것이 어려워요. 그렇게 많은 돈이 없어요. 미안하게 됐으니 문값은 없던 걸로 해주세요~"
아주 공손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동일한 사람에게 이렇게 다른 목소리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마음이 흔들렸다. 애초부터 문값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사용에도 큰 문제는 없었다. 워낙 험하게 사용하는 문이라 스크레치가 난 곳도 있다. 그냥 사용하기로 했다.
상황이 반전되었다. 후련하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무리한 민원과 기물 파손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했다. 매일 상담실 문을 들어올 때마다 그 흔적을 본다. 그리고 그 고객을 생각한다. 그녀는 잘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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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책임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설정하는 원리와 방법을 다루는 이론
1단계 : 원칙적 대응 (정책 설명)
2단계 : 경계 설정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책임 추궁)
3단계 : 교육적 효과 (문제 행동 억제 성공)
※ '경계 설정을 통한 문제고객 관리 기법'은 병원이나 기업에서 문제고객을 관리하는 매뉴얼을 만드는데 많은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 대인관계에서도 대인간에 적절한 경계를 가지고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