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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Nov 03. 2021

사이다의 맛

시원하게 뻥!

어릴 때 나는 얼굴에 하얀 버짐이 피어 있었다.


엄마가 장날에 사 오는 로션을 덕지덕지 발라도 사라지지 않는 버짐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정말로 기름기 있는 음식은 먹기 힘들었다.


빚 많은 우리 집에서 기름기 있는 음식은 당연히 찾아볼 수 없었다.


주 메뉴가 김칫국 혹은 볶은 김치였다.


사실상 설거지할 때 주방세제 따위는 필요 없었지.



우리 식구들은 마을에 상갓집이 있거나 칠순 잔치가 있지 않으면 기름진 음식을 먹기 힘들었다.


마을 잔치라도 벌어질라치면 잔칫집 입구에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눈치껏 나와 제 자식의 입안으로 전을 넣어주고는 했다.


그날은 동네 아이들의 입술이 기름으로 번뜩거렸다.


나도 아이들과 섞여 엄마를 기다렸다.



상갓집을 다녀온 아빠는 까만 봉지를 들고 왔다.


그 안에는 내가 좋아했던 육전이나 꼬치전이 들어 있었다.


기름진 냄새는 아빠가 들고 온 봉지보다도 먼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가끔 전통시장에서 그 냄새를 맡는다.


기름진 육전 냄새며 각종 전들의 냄새가 그때를 기억하게 한다.


하나라도 더 먹으려도 제대로 씹지도 않고 음식을 삼켜 항상 저녁마다 엄마가 손가락을 따주었다.


그 밤에 겁이 많은 나는 홀로  사이다를 사러 가게를 다녀왔다.


사이다를 혼자 먹기 위해서는 무조건 혼자 가야 했다. 동생데려가면 나누어 먹어야 했기에 나는 두려움을  참아냈다.


엄마는 서랍 속에서 실패에 꽂힌 바늘을 꺼냈다.


그 바늘은 이불을 꼬매는 바늘이라 내 눈에 보기에도 굉장히 두꺼웠지만 사이다를 먹기 위해서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손가락을 따야 엄마 사이다를 사주었으니 말이다.


바늘이 손가락을  찌르면 까만 피가 나왔다.


엄마가 까만 피를 힘껏 짜내고 나면 신기하게도 트림이 나왔다.


녹이 슨 병따개로 엄마가 사이다를 뻥, 하고 딴다.


엄마가 건네준 사이다를 마신  시원하게 트림을 하고 잠이   있었다.


사이다를 다 마신 후 이미 바닥을 드러났음에도 혀 끝에 병의 주둥이를 대보았다.


달달한 사이다의 맛이 아직 혀끝에 느껴졌다.


아쉬운 나는 병 주둥이에 여러 번 입을 가져다 댔다.


괜스레 , 바람을 불어 내기도 했다.



여전히 아쉽다.



 많이 벌면 사이다를 아주 많이 사서 실컷 먹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돈을 많이 벌지 않지만 이제는 여러 병을   있음에도 그러지 않는다.


사이다는 한 병이면 족하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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