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자매 Jul 18. 2022

#84 두 번 밥상 차리는 여자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우산을 쓰고 조심히 걸었다.


지난번 비올 때, 미끄러지는 바람에 난리도 아니었다.


사료는 쏟아지고 물통은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내 머리 위에서 정확히 쏟아졌다.


나는 영화에서나 그렇게 물벼락 맞는 줄 알았지 내 물통에 들어있던 물이 내 머리 위로 모두 쏟아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


맞는 순간, 지금 코믹 영화를 찍는 줄 알았다. 타이밍이 이렇게 정확할 줄이야.


오늘 제법 비가 많이 와서 아가들 없을 줄 알았는데 리어카

아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뭔가 찡하더라.


점심시간, 오랜만에 나비 얼굴을 보았다.

막내의 출산 이후로 나비를 보지 못했거든.


작년에 막내가 출산했을 때에도 한참을 나비가 나타나지 않더니 이번에도 그러더라.


뭔가 비켜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막내가 이룬 식구들이 편하게 식사를 하게 배려해주는 것 같았다.


순전히 내 느낌이지만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정말 오래간만에 나비를 보았다.


나비가 원래 알은척하는 애가 아닌데 야옹, 소리를 내었다.


이것도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ㅎㅎ


나에게 따로 밥을 차려달라는 느낌이었다.


ㅡ 너는 서둘러 나의 밥을 차리거라!


그래서 사료통을 들고 먼저 앞서 걸었다.


나비가 내 뒤에 따라오더라고.



그리하여 나는 따로 밥그릇을 챙겨서 멀찍이(그래 봤자 이백 미터)


나비 사료를 챙겨주었다.


그랬더니 잘도 먹는다.


먹고 가길래 또 오라고 말해주었다.


점심시간에 오면 내가 따로 밥 차려줄 테니 조심히 가라고 일러주었다.


두 번 밥상 차리는 여자, 나란 여자 그런 여자, 아니 그런 집사.




매거진의 이전글 #83 막내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