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육십이 넘어서도 한참이나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셨다.
내가 보기에도 할아버지 같은데 아빠는 아침마다 작업복을 챙겨 입고 나갔다.
그 일복을 입고 옆구리에는 신문을 끼고 가셨다.
긴 기다림이 될 터이니 아빠는 읽을거리가 필요했던 것 같다.
당연히 일이 생길 리 없는데도 어쩌면 나를 써줄지 모른다며 나갔다.
운 좋게 일이 생겨도 할아버지, 왜 이렇게 힘을 못 쓰냐고 면박을 당했다고 하시는데도 계속 나갔다.
나는 아빠의 그 새벽 외출이 못내 미안했다.
내가 잘 벌었다면 아빠가 저렇게 일을 나갔을까 하는 그런 마음들이 올라왔다.
하나같이 무시하는 말들을 해댔다고 한다.
반말은 기본이고 그냥 아무 말이나 함부로 말한다면서 아빠는 저녁을 먹으면서 열변을 토했다.
가지 말지, 왜 가서 그런 소리 듣냐고 말하고 싶다가도 그냥 가만히 들었다.
그걸 아빠가 몰라서 나간 것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아빠는 나가야 했던 것이다.
당신이 번 돈을 당당하게 쓰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때까지도 우리는 아빠의 남은 빚을 갚고 있었다.
매달 나가던 오십만 원을 우리가 상환하고 있었다.
그 돈만 갚으면 아빠 빚은 없었다.
돈을 달라고 하기 미안하니 스스로 돈을 벌어야 했고 평생을 노동으로 우리를 키웠던 아빠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어가 있으랴.
인력시장에서 아빠가 배우게 된 그 믹스커피를 지금도 마시고 계신다.
커피라고는 입에 대지 않던 아빠가 긴 기다림에 얻게 된 믹스커피의 맛.
식후에 드시는 그 커피가 맛있다고 하신다.
팍팍한 아빠의 삶에 유일하게 달달했던 그 커피가 딸보다 낫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