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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Jul 02. 2023

엄마와 병원에 왔다

3개월마다 골다공증 주사를 맞으러 엄마와 병원에 온다.


혈관통으로 힘들어하셔서 천천히 맞도록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엄마 말씀이 주사를 빨리 맞으면 밤에 누군가 온몸을 자근자근 밟는 것 같다신다.


‘자근자근’ 사전으로 검색까지 해보았음.


아주 귀찮고 성가시게, 그리고 잠도 못 자게 엄마의 전신을 밟는 것 같다는 말씀이었다.


엄마는 미숙하신 선생님을 만나 네 번째 주사침을 통해 수액을 달 수 있었다.


연신 미안하다고 하시길래 저희가 더 죄송하다고 했다.


엄마는 수액을 걸자 바로 잠이 드셨다.


새벽에 아빠 때문에 깨셨다고 한다.


아빠가 고물을 주워와서 엄마는 또 소리를 지르고 다퉜고


속이 상한 아빠가 머리가 아프다, 몸이 안 좋다 하자 엄마가 잠이 깬 것이다.


항상 반복이다.


아빠가 고물을 주워오고 두 분이 다투고


엄마는 아빠로 인해 새벽에 깨고


잠을 설친 엄마는 다툼을 후회한다.


다시는 아빠한테 잔소리 안 하고 다투지 않는다 하시지만


이건 길어야 한 달짜리 멘트다.


그게 못내 답답하고 싫었는데 이것이 엄마가 살아내는 방식이다.


이제는 후회할 다툼을 왜 하는지 답답해하지 않는다.


엄마가 아빠와의 삶을 견디는 방식이다.


그러니 나도 그것을 감내해야 한다.


요즘 엄마는 아빠의 지린내로 힘들어하신다.


아빠가 속옷에 소변을 지리고 그것을 빨아내는 엄마는 얼마나 힘들까.


아빠가 밉다 하시지만 아무리 심하게 다퉈도 밥을 차리고 속옷을 빨아준다.


나는 엄마 나이가 되어도 이 부분은 절대 이해 못 할 것 같다.



수액을 맞으며 잠든 엄마를 보았다.


어제는 엄마가 짜증을 내서 잠시 미워했던 것 같다.


오늘은 엄마가 안쓰럽다.


엄마도 아빠를 볼 때 이런 마음이려나.


나를 위해서도, 엄마를 위해서도 안쓰러운 감정이 더 좋겠다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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