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들은 1학년

by 윤자매


초등학교 입학식, 그 순간을 기억한다. 엄마 손에 이끌려 학교를 간다. 엄마는 길게 자란 앞머리를 묶어 주었다. 마치 분수 같은 앞머리로 시선이 갔다. 기분이 좋았다. 내 첫 선생님은 K선생님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의 기억은 신기하게도 1인칭 시점이 아니다. 관찰자 시점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 내가 나를 보고 있다. 책상에 앉아 있는 나, 웃고 있는 나를 내가 보고 있다. 칠판 앞으로 나가 분필을 들고서는 무언가를 쓴다. 무슨 시간인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신나게 칠판에 적고는 다시 또 신나게 자리로 돌아온다.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신이 나서 책상에 엉덩이를 반쯤 걸치고 몸이 잔뜩 들떠 있다.

매일 엄마에게 자랑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퇴근하는 시간만 기다렸다. 그날에 있었던 일, 선생님에게 칭찬받을 그 모든 과정을 엄마에게 자랑을 해야 했다.

아침마다 학교에 일찍 가고 싶었다. 학교에서 선생님께 칭찬받고 예쁨을 받았다. 선생님이 자주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책상에 앉아 의기소침하게 앉아 있던 내 모습이 보인다. 선생님의 표정이 좋지 않다. 나는 바들바들 몸을 떨고 있다. 두려울 때 하는 행동이다. 말을 더듬는다. 불안해 보인다. 16kg 그 작은 몸으로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다음 장면은 엄마가 몸이 아파 엄마 손을 잡고 보건소에 간다. 보건소까지 함께 걸었고 가는 길에 자전거를 탄 K선생님과 만났다. 선생님은 자전거에서 내리셨고 엄마와 나는 인사를 했다.

“자식만 맡겨 놓고 찾아뵙지도 못해 죄송합니다.”

“별말씀을요.”

“죄송했습니다, 선생님.”

엄마가 푹 고개를 숙인다.

“아, 아닙니다. 별말씀을요.”

선생님이 서둘러 자전거를 탄다. 얼핏 선생님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기도 하다. 멀어지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보았다.


이때 엄마가 말한다.

“선생님이 좀 그러셨는가 보다.”

“왜? 뭐가?”

“그런 게 있어.”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우연히 엄마가 전해주는 말을 듣고 그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우리 집은 만화방을 하고 있었다. 이 만화방도 끝내는 여지없이 망했다. 인근에서 가게를 하는 분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마침 옆집은 옷가게를 하고 있었다. 가게를 처분하면서 남은 옷을 아이가 많은 우리 집에 주고 갔다고 한다. 마침 그 새 옷들은 나에게 잘 맞는 사이즈였고 나는 새 옷들이 갑자기 많이 생겼다.

새 옷을 입고 나는 학교에 갔다. 새 옷을 계속 입고 학교에 가자 단연 내가 눈에 띄었을 거라고 엄마가 말했다.


선생님은 네가 부유하게 산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



선생님이 하루는 나를 집에 바래 주신다고 했단다. 그래서 나를 차에 태워 집으로 갔고 우리 집 상황을 그대로 보신 것이다.

엄마 아빠는 일을 가셨으니 집에는 할아버지만 계셨고 애들도 많고 엄마는 일찍 일을 가시니 집안은 항상 엉망이었다.

언니들이 학교에서 오면 집부터 청소했던 기억이 난다.

이불을 갤 틈도 없었고 급하게 아침을 먹고 학교 가기 바빴다.

그런 집을 보신 선생님이 화가 나신 얼굴로 집 청소 좀 하라고 나한테 얘기를 하고 가셨단다. 퇴근하고 온 엄마는 나에게 그 말을 듣고 밤잠을 설치셨다고 했다.

그 후로는 나는 학교 얘기를 하지 않았고 수다스럽던 나는 말이 없어졌다고 했다.


엄마와 보건소 가는 길에 우리는 선생님을 만났다. 엄마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들은 선생님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생각했다.


선생님도 최소한 자신이 부끄러운 행동을 했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