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인형
엄마가 일을 시작하면서 막내는 미술학원을 다녔다.
엄마는 동생을 홀로 둘 수 없어 미술학원을 선택했다. 우리 동네 아이들은 유치원이 아닌 미술학원을 다녔다.
미술학원이 유치원보다 비용이 더 저렴하다고 했다.
우리 집은 어려웠기에 막내는 할인 혜택을 받았고 그 덕에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무사히 학원에 다닐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크리스마스 전날이었다.
막내가 다니는 미술학원 승합차가 우리 동네에 왔다.
미술학원을 다니는 동네 아이들이 모였고 그 무리에 막내가 있었다.
순서대로 서서 산타가 주는 선물을 하나씩 받았다. 산타 분장이 너무도 엉성했지만 동네 아이들은 좋아했다.
막내는 곰인형을 받았다.
동네 아이들끼리 산타에게 받은 선물을 서로 공개하고 서로 부러워했더랬다.
한참을 놀다 들어온 막내는 이웃에 사는 아이의 선물을 부러워했다.
초인종 누르면 소리가 나는 커다란 인형의 집이라고 했다.
막내는 곰인형을 바라보았다.
나는 착한 일을 덜해서 산타 할아버지가 곰인형을 주셨어.
H은 착한 일을 아주 많이 해서 인형의 집을 받은 거야.
내년에는 나도 착한 일을 아주 많이 해서 큰 선물을 받아내겠어!
나는 그 당시 열두 살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마음이 우울해지면 나는 얼굴에 힘이 빠진다.
내 입이 저 밑으로 내려가는 것만 같다. 한없이 저 아래로 내 몸과 마음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
아무리 막내가 착한 일을 많이 해도 선물이 달라지지 않을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곰인형도 엄마가 준비한 최선의 선물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착해서가 아니라 부모님이 부자라고 말해줄 수 없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산타에게 선물을 받으려고 털모자를 걸었다.
뜨개로 짠 양말을 걸고 싶었지만 나에게 뜨개로 짠 물건은 낡은 털모자뿐이었다.
내가 털모자를 걸어도 산타는 알아줄 것 같았다.
내가 산타를 믿지 않아서, 산타가 선물을 넣어줄 그 어떤 것도 걸어놓지 않아서
선물을 받지 않은 것이라 믿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물을 받을 털모자를 걸었다.
다음 날 나는 바닥에 떨어진 털모자를 발견했고 말없이 모자를 서랍 깊숙이 넣었다.
나의 동심은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산타가 정말로 존재하기를 바랐던 바로 그때, 나의 동심은 서랍 깊숙이 털모자와 함께 잊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