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단 앞에 서 있었다.
제법 큰 건물이라 이층으로 올라가려니 계단이 높고 오를 계단 수도 제법 많았다.
올라볼까, 한 발을 올리려는데 옆에 백발의 여자분이 서시더라.
그러더니 깊게 한숨을 쉬셨다.
그 한숨의 무게만으로도 계단이 버거우시구나, 그 마음이 읽혔다.
오를 계단 수가 많으면 나는 뛰어오르는 걸 좋아한다. 힘든 건 빨리 끝내는 게 좋거든. 평소라면 달린 준비를 했겠지만 그 한숨을 듣고 그럴 수가 없더라.
뭔가 모를 송구스러움 때문에 나는 그저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나의 젊음을 자랑하는 듯한 괜한 마음이 들어 그럴 수 없었다.
다 오른 뒤에 뒤따라 오시는 그분을 얼핏 곁눈질로 보았다.
엄마 생각이 났어.
무릎 연골이 다 닳아 사십 대 초반에 버스 계단도 한 계단씩 천천히 오르던 엄마를 나는 뒤에서 그저 볼 수밖에 없었다.
같이 걷는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임을 일찍부터 알아버렸다.
다음에는 뒤에서 걷자.
앞서 걷지 말고 뒤에서,
뒤에서 함께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