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든 ‘서서히 행함’이 좋다
어떤 일에 대한 처리가 빠르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많은 효과와 성과를 낼 수는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많은 실수나 사고 혹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음을 대부분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서히 행함’이라는 것은 충분히 빠를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혹은 전략적으로 느리거나 빠르게, 혹은 순차적으로 페이스(속도)를 조절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생활 속에서 어떠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인가? 당연히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의 자세를 기준으로 한 자유자재의 페이스 조절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적당하고 기준이 되는 속도라는 것은 ‘서서히 행함’의 수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매우 유익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느림’과 ‘서서히 행함’의 그 미묘한 차이에 주의를 해야 한다.
우리가 일 처리를 할 때도, 막연히 느리게 한다는 것은, 실수는 다소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물리적으로 그 효율도 매우 떨어지고, 성과도 크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빨리 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페이스를 조절하여 서서히 진행한다는 것은, 전체적 흐름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를 가지거나, 일의 특성을 이미 꿰뚫어 알고 있어서 빠르게 성패를 결정하거나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필요에 의해서 의도적·전략적으로 그 속도를 조절한다는 의미이다.
즉, 일의 진척을 살펴 가며 서서히 진행한다는 것은 이른바 일의 중간 결과(성과물)를 다져가면서 차곡차곡 진행한다는 의미일 것이며,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보다 더 완벽함 혹은 공고함을 위해서 속도를 조절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우리는 대부분의 일에 임함에 있어서, 항상 침착과 냉철한 판단력을 담보할 수 있는 ‘서서히 행함’의 자세가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누구나 일을 느리게 할 수는 있겠지만, 서서히 행한다는 것은 아무나 행할 수 없다. 그만큼 자신의 내공이 충분히 있거나,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의 단계에 도달한 사람에게나 허락되는 방법일 것이다.
이는 필요시 충분히 빠른 속도를 낼 수도 있고, 자기 행동의 전후를 다소 길게 관찰할 수가 있어서, 매우 전략적으로 행해야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스포츠에 있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선수에게서는 단순히 빠르거나 느리다는 느낌보다는 의도적 페이스 조절 등이 엿보인다.
가령, 마라톤이나 축구, 권투 시합 등에서도 페이스 조절을 잘하는 선수나 팀이 결국 좋은 성적을 내게 마련이다.
태권도, 태극권, 택견, 유도 등의 무술 경기에서도 훌륭한 선수일수록 그 빠르고 느리다는 느낌보다는 침착하고 자연스러운 그 동작의 속도 조절의 기술이 엿보인다.
그들의 동작은 대개 속도가 필요한 장면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움직이기도 하고, 평시에는 항상 부드럽고 전략적인 페이스 조절을 서서히 행함을 기본으로 한다.
물리학에서도 ‘카르노 사이클(Carnot cycle)’이라는 것이 있다. 카르노 사이클은 모든 물리적 변화가 가장 서서히 일어날 때 가장 큰 효율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과학적이고 공학적인 이론이다. 이러한 카르노 사이클에서는 마찰이나 에너지의 손실을 가장 줄일 수가 있고, 그 내재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가 있어서, 입력된 에너지 대비 출력되는 에너지가 매우 커져서 결국 효율이 크게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신체도 너무 빠르게 운동하게 되면, 몸속에 활성탄소가 증가하여 몸에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고, 너무 느리게 운동하게 되면, 운동의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아서 몸에 이로움을 별로 챙길 수가 없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이, 운동선수들은 운동과 식사조절, 섭생, 페이스 조절 등을 그렇게 철저히 훈련하고 있어서 일반인 대비 수명이 많이 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특별히 그런 결과의 논문이나 보고는 거의 없는 편이다.
이러한 현상은, 제 개인적 의견이기는 하지만, 운동선수들의 경우에는 항상 그 움직임에 승부나 성패가 걸려있고, 금전의 문제가 걸려있으므로 몸을 과도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움직임이 과도해지면 활성산소가 지나치게 증가하고 근육과 뼈와 인체조직 그리고 뇌에까지 스트레스를 많이 주게 되어 결국 건강에 좋지 못할 것으로 충분히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아직도 치명적인 암(癌)의 경우에도 결국은, 몸의 외부 및 내부로부터의 심한 자극이나 인체 내 생채기의 빠른 누적,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의 빠른 축적 등에 기인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모쪼록, 비교적 고수들이나 내공이 큰 사람의 행동 혹은 자세라고 할 수 있는 ‘서서히 행함’을 몸소 연습하고 실천하여, 자신의 몸 건강에도 이롭게 하고, 정신(뇌) 건강에도 이롭게 하고, 무엇보다 누구나 바라는 소중한 자기 성취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게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의 실천으로 신이 내려준 자신의 소중한 육체적·정신적 에너지를 최고의 상태로 만들어서 이 땅의 모든 인간과 생명을 위해서 가치 있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