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술에 떠밀리면 후회할 일만 남게 된다

by 신정수


상술에 떠밀리면, 역사에 후회할 일만 남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매우 합리적이지 못하고, 많이 그릇되어 있고, 시대정신도 전혀 반영하지 못하며,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과 정체성까지 스스로 해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이 벌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등에 의해서도 이런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할 노릇이다.

그러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이러한 ‘엉터리’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자.


첫째, 퇴계 이황 선생의 이야기이다.


2017년 4월 퇴계 이황 선생과 단양출신 관기(官妓)인 두향의 애틋한 사랑 얘기를 담은 스토리텔링(당시 두향 18세, 퇴계 48세) 장소를 조성하느라, 단양군은 총 2억 원 이상의 사업비를 들여, 두향의 무덤이 잘 내려다 뵈는 단양 장회나루 언덕에 400여 제곱미터 규모의 공원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적 러브 스토리는 그 근거가 매우 부족하고, 더군다나 두향과 이황 선생과의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역사적 근거 자료나, 추론 가능한 간접 사료조차도 없는 마당에, 서로 다른 내용으로 각색된 듯한 구전이나 야사에만 의존한 채, 지역 관광자원을 개발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마구잡이식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이황 선생과의 인적 관계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인물을 두고서, 억지로 짜 맞추기식으로 이황 선생과 연계시켜 함부로 애틋한 사랑이 있었던 것처럼 꾸미는 것은, 과거의 소설(정비석의 ‘명기열전’, 최인호의 ‘유림’ 등)의 수준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양보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현 공공기관의 행정이라고 하기에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며, 역사적으로는 아주 위험천만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상술에 떠밀리면 후회할 일만 남게 된다_1-2.jpg ‘두향 스토리공원’(그림;.dynews.co.kr/news)


물론 당시에는 양반들이 측실, 소실 심지어는 정인(情人)까지 두는 것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스토리텔링이라는 돈벌이에 눈이 멀어, 마치 소설을 쓰듯, 꾸며낸 이야기를 마구 퍼뜨리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어쩌면 역사를 속이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더군다나 요즘의 우리 사회는 ‘내로남불’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특히나 원조교제, 데이트 폭력,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 조건만남 등의 사회적 문제가 무척 심각한 상황에도, 이러한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지자체장들과 공무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이 정도일 줄이야!

말문이 턱~ 막혀올 지경이다!


둘째, 율곡 선생의 이야기이다.


율곡, 이이 선생과 유지라는 기생의 러브 스토리 또한 전해오고 있다.

당시 율곡은 39세의 나이로 황해도 관찰사로 부임한 적이 있었는데, 황주에 순시차 나갔다가 그곳에서 평소 율곡 선생을 존경해 왔다는 16세의 어린 소녀 유지(柳枝)를 처음 만나게 된다.

이후의 중간 진행 스토리는 생략하고서, 말년에 율곡이 작고하기 3개월 전 약 10년 만에 다시 만난 유지를 보고 써준 율곡의 글이 아직까지 전해지고 있으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쁘게도 태어났네, 선녀로구나!,

10년을 서로 알아 익숙한 모습,

돌 같은 사내이기야 하겠나마는 병들고 늙었기로 사양함일세,

작별하며 정든 이 같이 서러워하지만,

서로 만나 얼굴이나 친했을 따름,

다시 나면 네 뜻대로 따라가련만,

병든이라 세상 정욕 찬재 같은 것!”


이러한 율곡의 러브 스토리도 과거에 여러 차례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많이 대두되어, 꽤 많은 자료들을 검토한 바가 있었지만, 선생의 역사적 공적에 크게 누가 될까 봐서 조심스럽게 철회한 바 있다. 당시의 이러한 판단은, 어쩌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만약 이황 선생과 두향의 이야기처럼 상술에 유혹되어 공원이라도 조성하고 동상이라는 만드는 행태를 보였었더라면, 이 스토리 역시 역사에 결코 좋지 못한 오점을 남기게 되었을 것이다.

즉, 이러한 이야기를 위정자들의 실적 쌓기나 돈벌이에 눈이 멀어, 없는 이야기까지 더 확대 생산하여 나갔다면,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길로 접어들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상술에 떠밀리면 후회할 일만 남게 된다-2.jpg ‘유지사(柳枝詞)’ (그림; 이화여대 박물관)



셋째, 뜻밖에도 ‘마릴린 먼로’의 이야기이다.


강원도 인제군 소양강가에는 2017년 12월에 공사비 약 61억 원을 들여 세운 공원에 ‘마릴린 먼로상’이 있다.

원주지방 국토관리청이 5,500여만 원을 들여 준공한 것인데, 1954년 먼로가 인제 미군부대를 방문해 한 차례 위문공연을 했다는 이유로 인제에 설치됐다는 것이다.

영화 ‘7년 만의 외출(1955년)’에서 하얀 원피스를 입고 뉴욕 지하철 환기구 위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치마를 붙잡고 있는 먼로의 야한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상술에 떠밀리면 후회할 일만 남게 된다-3.jpg 마릴린 먼로상 (그림; 원주지방국토관리청)



이 동상은 ‘소양강 인제지구 하천환경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된 것인데, 이런 동상을 지역의 문화를 상징하는 광광 사업이자, 기념사업이라고 소개하면서, “먼로의 당시 방문을 적극 홍보해 지역관광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 “지역 관광 콘텐츠 발굴에도 기여하겠다.”, “인제를 찾은 외국인들에게 때아닌 인기를 끌었다!”는 식으로 마치 영혼을 팔아먹는 듯한 발표를 서슴없이 하고 있는 위정자들의 발상과 사고방식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당시 전문가의 검토도 거의 거치지 않았고, 지역 주민의 의사도 제대로 묻지 않고서,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 즉흥적으로 추진된 이러한 동상 건립은 지역의 상징성이 전혀 없고, 미국인들의 정서에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나라의 정서나, 교육적 혹은 문화적 상징물로써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계속되고 있기에, 지역주민의 자존심이나 자긍심을 해치는 행위라고 밖에는 볼 수 없겠다.

그리고, 이런 사업을 큰 자랑거리라고 발표하며, 대문짝만 하게 홍보하려는 공무 행정이 정말로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사용할 것이면, 전문가의 검토나 지역 주민의 소중한 의견을 반드시 제대로 반영하여야 옳지, 이런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상태로, 제 멋대로의 행정을 마구 행한다는 것은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평하지 아니할 수 없겠다.


만약 지역적인 특색을 꼭 살리려 한다면, 주민 의견이나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묻거나, 공모나 추천 등을 통해 진행되어야 뒤탈이 없고, 공원 조성의 여러 참여자들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지, 어디 이렇게 생뚱맞은 ‘마릴린 먼로상’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보기에는 참으로 어이가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몇 가지 사례를 들어, 현 우리나라 행정 사업의 단면을 한번 살펴보았는데, 정말 우리 국민의 고귀한 역사 정신과 자긍심을 무엇으로 보고, 위정자들이 이런 희한한 스토리텔링이나,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동상들을 자기 멋대로 만들어 낸다는 말인가?

과연 부끄럽지 않은지 되묻고 싶다!

지금 전국에는 이러한 사례 외에도 전혀 지역적 특색과 어울리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원성만을 쌓고 있는 공원이나 동상이 제법 많은 편이다.


우리는 역사를 억지로 미화하거나 각색해서는 안된다. 있는 그대로를 알리려 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더군다나, 상술이나 돈벌이에 떠밀리거나, 위정자들의 실적 쌓기에 눈이 멀어, “이 동상은 스토리텔링이다!”, “그것은 당시로서는 풍류였다!”, “이 공원이 지역관광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 “관광객들이 이 동상을 매우 좋아한다!”라고 마구 선전을 해가며, 역사를 꿰맞추기식으로 해석하려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나중에 크게 후회할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겠다.


도대체 썩을 정신이거들랑 지금 당장 모두 버릴 것이며, 지금이라도 지역주민이나 그동안 다녀가신 관광객 그리고 우리 국민들께 사과를 좀 올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만약, 그런 공원과 동상을 꼭 존치해야 하겠다면, 그 옆에 표지판이나 표지석이라도 만들어서, 지금까지의 여러 이견과 논란을 솔직히 공개해 주어야 좋을 것 같다.


“이 스토리는 소설에 기반한다.”, “이 동상에는 지금까지 어떠어떠한 논란이 있어 왔다.”라고 기존의 설명문이나 표지판 아랫부분에 함께 소개하거나, 옆에 또 다른 표지판을 세워, 덧붙여 설명해 주는 방식이 그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만약 그렇게도 못 하겠다면, 최소한 임시 팻말이라도 좀 세워, 앞으로의 공원 개선 계획이나 동상 처리 방법 등을 자세하고 진솔히 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

아무리 해석을 하려야 제대로 해석할 수가 없는 아주 이상 야릇한 공원들과 동상들이 도대체 무엇인가 말이다!


이런 일그러진 행정을 마구 행하고 있는 위정자들은 과연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지 묻고 싶다.

도대체 전혀 교훈적이지도 않고, 역사적 진실과도 전혀 거리가 멀고, 흉물스럽기까지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쳐다보는 이로 하여금 부끄럼마저도 느끼게 하는 그러한 엉터리 조형물에는 지금 당장이라도 어떠한 조치를 좀 가해 주어야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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