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의 즐거움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반말체가 아닌 존대체로 씁니다. 이건 자축글이자 독자님들, 브런치스토리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글이기 때문이죠. 정중해야 할 것 같아서요. 얼마 전, 누적 조회수가 백만이 되었어요! 헤헤 :) 첫 글을 올렸을 때가 2021년 9월 말이니,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한 지 약 2년 반만이네요. 그때는 브런치스토리가 그냥 브런치 brunch였던 시절이었죠. 남편까지 공무원을 그만두고, 해외살이를 처음 시작했던 그때. 글로 기록하고 싶어 해외로 도망침과 동시에 브런치도 같이 시작했어요.
브런치스토리는 그런 힘이 있습니다. 자꾸만 글을 쓰게끔 하는 힘. 글을 쓰는 공간 자체가 예쁘니까 뭘 써도 분위기 있게 보이게 하고, 큰 공 들이지 않고 끄적인 글이 갑자기 10만 조회수를 찍기도 해서 내 안에 숨어있던 관종력을 끌어내기도 하죠. 그래서 지금처럼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능이 없었을 때도 글을 열심히 썼습니다. 물론, 성실히 발행하시는 작가님들보다 훠얼씬 게을러서 글이 그렇게 많지는 못하지만요!
저는 이전에 글을 써 본 적이 없었습니다. 블로그에 포스팅을 거의 매일 올리긴 하지만, 막 각을 잡고 '내가 글을 한번 써보겠어'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저 일상 기록용이다 보니 가볍게 가볍게. 그런데 브런치스토리는 조금 달랐습니다. 아니, 다르게 써야겠더라고요. 애초에 글을 쓰는 공간이기도 하고, 한편 한편 멋진 글을 보여주시는 다른 작가님들을 보니 어떤 글도 대충 발행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 처음 쓴 글은 '전직 공무원 부부, 일단 더블린으로 간다.'였습니다. 그 뒤로 아일랜드, 호주, 말레이시아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며 살다 보니 제 브런치스토리에도 이야기가 꽤 많이 쌓이더라고요. 그를 정리한 A4 100장의 원고로 투고 후 기획출판으로 제 이름 석자가 또렷이 박힌 책을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과연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해서 글을 제대로 써 볼 결심을 하지 않았더라면, 늘 블로그에 간단히 쓰던 일상글만 주야장천 올렸더라면, 제가 한 책의 저자가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저는, 출간을 할 수 있었던 것의 7할이 브런치스토리라는 공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정해요! 브런치스토리!
강제로 주 1회는 발행해야 하는 '연재 브런치북'이 생긴 뒤로, 저는 게으름을 없애고자 이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해외로 도망친 철없는 신혼부부 시즌2인 [서른, 유럽의 신혼일기]와 그냥 남편이 귀여워서 쓰는 [남편 덕질 일기]가 그것이죠. 사실 초반엔 제 때 못 써서 연재 요일을 두어 번쯤 바꾸기도 했습니다만, 이젠 익숙해져서 예정대로 잘 발행하고 있어요. 이걸로 진짜 성실함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옆구르기를 해서 보나 브런치스토리는 저에겐 그저 빛이네요, 빛. 애정해요! 브런치스토리!
그리고 하도 남편 얘기를 써서 그런가 브런치스토리 팀에서 저를 '가족' 크리에이터로 선정해 주셨어요. 그래서 여행은 많이 하지만, 왠지 여행기를 쓰지는 않고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써보려고 합니다. 지금도 진행 중인 7일의 핀란드 여행 중 기록을 해보고 있는데, 은근 여행기 쓰는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가족 얘기를 더 많이 쓰니 계속 패밀리 크리에이터 배지를 달고 있고 싶긴 합니다. 올해 안에 남편&결혼 이야기를 원고로 써서 투고를 할 계획이 있기도 하니까요 허허!
올해도 내년에도 저와 남편이 유럽에 있을 때는 아마도 계속 한 달에 한 번은 꼭 유럽 여행을 갈 생각이니, 여행기 브런치북도 잔뜩 만들어서, 큰 하나의 30대 부부 유럽여행 책도 만들고 싶어요. 또 제가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유럽 골목 술집을 찾아다니는 일도 곧 시작할 예정이고요. 매거진, 브런치북, 연재 브런치북 등 브런치스토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니 쓰고 싶은 글도 점점 늘어만 갑니다. 천성이 게으른 저를 자꾸만 움직이게 하는 브런치스토리. 그리고 늘 응원해 주시는 독자님들. 애정합니다!
저는 글을 좋아합니다. 인스타는 하지 않고, 유튜브는 가끔 블로그에 없는 여행 정보를 얻을 때만 들어가 봐요. 그래서 요즘 Z세대 이하가 쓰는 줄임말 퀴즈를 하면 빵점을 받곤 하지만, 그래도 저는 글이 제일 좋습니다. 술을 마셔 약간 알딸딸해졌을 때, 딱 기분 좋을 그때 저는 좋아하는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거나(가끔 제 책을 읽기도...) 브런치에 들어와서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글을 몰래 봅니다. 읽은 글을 또 읽고 또 읽으며 실룩실룩 웃으며 또 술을 마셔요. 그만큼 글을 애정합니다.
영상매체로 인해 정보와 이야기를 쉽게 얻을 수 있어 더는 글이 팔리지 않는 시대가 왔다죠. 하지만 돌고 도는 패션 트렌드처럼, 사라락 종이책을 넘기면서 글을 읽는 기쁨, 모니터 너머로 한 자 한 자 꾹꾹 눈에 담아 가며 활자를 보는 그 즐거움이 다시 주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점에서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간을 만들어준 브런치스토리팀에 또 고맙네요.
조회수가 99만일 때부터 기다렸습니다. 얼른 100만이 되기를요. 이걸 핑계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거든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늘 감사드린다고. 그리고 매일 같이 움직이고, 글을 읽게 만들고, 또 글을 쓰게 만드는 브런치스토리 팀에게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