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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롬 Nov 08. 2024

남편 덕에 갈 수 있었던, 꿈의 호텔

체코 까를로비바리 그랜드호텔 풉 PUPP

얼마 전, 나는 꿈을 이뤘다.

막 엄청난 꿈이라기 보다는,

버킷리스트에 있던 하나를 이룬 것인데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룰 수 없었을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인생 버킷리스트 52번쯤에 있던,

체코 까를로비바리 그랜드호텔 풉 가보기
+웬만하면 5주년 결혼기념일에 맞춰서!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의 호텔에 가보고 싶다는 꿈,

결혼 후 추가된 건 '결혼 5주년 기념일에 맞춰' 였는데

적어놓은 이 두 줄 문장 그대로 이뤘다. 내 버킷리스트.


출처: 내 카메라 :>


바로 여기다.

체코 서쪽 '까를로비바리' 라는 도시에 있는

유서깊은 그랜드호텔 풉 Grand Hotel Pupp

5주년 결혼기념일, 나는 까를로비바리에 있었다.


까를로비바리에 들어서는 순간

그랜드호텔 풉에 처음 들어선 순간

벨맨에게 짐을 맡기고 체크인 하는 순간

프론트 직원의 명찰에 적힌 'Pupp'을 본 순간

영화에 나온 다리에서 호텔을 바라보는 그런 순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올라와 내내 방방 뛰었다.


우리 진짜 풉에 왔어! 진짜 신기해.

그랜드호텔 풉에 처음 들어선 순간!

남들이 보기에 대단한 꿈이나 목표는 아니지만

내게는 그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내 인생 영화, 어릴 때부터 가보고 싶었던 호텔에,

스무살부터 봐왔던 내 남편과 함께 손잡고 와보다니.


그리고 이걸 이룰 수 있었던 건 다 남편 덕이다.

유럽직장인인 남편 덕에 유럽에 살 수 있었고,

그래서 4일의 체코 여행을 계획할 수 있었다.


솔직히, 내게는 어릴 적부터 꿈이었지만

남편은 아니었다. 영화도 내가 보재서 본 것이니.

남편은 그랜드호텔 풉에 나만한 관심과 흥미가 없다.


그럼에도 그는 당연히 가자 했다.

내가 원하니 당연히 가야 한다고.

이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일단 이 호텔 1박에만 30만원 넘게 들고,

기타 숙박, 렌터카 비용 및 다 잡으면

고작 3박4일에 100-150만원은 나갈 여행을

남편은 아주 당연히 가자 했다.

5주년 결혼기념일이고, 또 내가 가고 싶어 하니까.


이게 쉽지 않은 일임을, 나도 기혼자이기에 알고 있다.

그저 배우자가 단순히 '하고 싶다'는 이유로

비싸고 멀고 장거리 운전도 해야 하는 이런 일을,

그러고 남편은 또 바로 다음 날에 출근을 해야 하는

그런 일을 당연히 해야 한다 해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도 알고 있다.


남편이 아니었으면 평생 꿈으로만 남겼을 거다.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평생 못 갔을 거다, 아마.

혼자 갔더라도 별 재미도 없었을 것 같기도 하고.


룸에서 보이는 풍경, 아 황홀해!


결혼을 하면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결혼을 했으니 이건 이제 못하고, 저건 이래서 못하고.

안정을 얻는 대신 즐겁고 신나는 것들을 내려놓는다는 그런.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결혼도 있다. 나는 그렇다.

결혼을 해서 오히려 더 많은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남편과 함께 그것들을 하나씩 이루고 있다.


모든 것은 남편 덕이다.


"다희야. 너는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야 돼.

내가 끝까지 같이 할게. 뭐든 다 지원해주고."


늘 이리 말하는 다정한 남편 덕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늘리고 있다.


풉과 남편


결혼은, 좋은 것이라는 말.

꿈을 이루게 해주는 결혼도 있다.

내가 남편 덕에, 내 꿈의 호텔에 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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