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3.] 경험을 즐겨라.
D-173. Sentence
“경험을 즐겨라."
자고 일어나니 왼쪽 목의 담이 다시 도졌다.
오늘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아
둘째를 등교시키고 바로 통증재활의원 고고.
요즘 먹고 싶은 대로 먹었더니
몸이 무거워지는 기분이라
병원까지 25분은 걸어서 간 것 같다.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그 동네의 좋아하는 카페 "Comillcoffee"에서
오랜만에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동네로 걸어오는 길.
언젠가 온라인에서만 보았던
무인서점, 갈림길 서재가 있었다.
서점 앞 나무의자 위에 놓인 책 한 권.
The Book of Answers.
갑자기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손이 가는 대로 책을 펼쳐서
만나게 된 문장 하나.
경험을 즐겨라.
하루하루는 경험의 연속이고
오늘도 수많은 경험을 했다.
왼쪽 목의 통증.
오랜만에 동네를 걷고 또 걸으며
느꼈던 낯익은 생소함.
아담한 코밀커피 한 구석에 앉아
카페 전체를 바라보며
느꼈던 따뜻함과 아늑함.
예상은 했지만 눈으로 아들의 거짓말을
마주하며 느꼈던 배신감.
요즘 내가 하고 있는 경험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한 마디로
사방이 막혀있는 듯한 답답함이었다.
가정도, 일도, 사람관계도
여기를 보아도, 저기를 보아도
어느 하나 시원히 뚫린 곳이 없는듯한 암담함.
사방은 막혀있는 듯 보이지만
위는 뚫려있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우문현답을 들었던 오늘.
사방이 막혀있다고 느낀다면,
내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견뎌야 할 때임을 기억하라 하신다.
지금의 경험을 즐겨라.
어떤 색깔이든, 어떤 감정이든
어떤 상황이든 말이다.
즐길 수준은 못되어도
담담히 덤덤히 걸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