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29] 실패는 피드백입니다.
D-229. Sentence
실패는 피드백입니다.
느낌의 시작
비는 온종일 오락가락했고 회색 구름이 낮게 깔린 하늘 아래, 사람들은 모두 발걸음을 재촉했고, 나 역시 그렇게 하루를 달렸다.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도착한 저녁 모임. 퍼스널브랜딩을 함께 준비하는 멤버들과의 자리였다. 인문학, 순수예술, 디자인. 각자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우리 셋이 모여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오늘의 모임이 필요했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서로가 품은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오늘이 수없이 있어야함을, 그만큼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 밤이었다. 그렇기에 더 드러내야 했고, 더 솔직해져야 했고, 더 함께하려는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함께 걷는 데 필요한 건 능력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비가 내리는 밤에야 새삼 깨닫는다.
마음의 흐름
오늘을 준비하면서 올해 남은 시간 동안 해야 할 과업들을 정리하고, 그에 맞춰 담당자를 배분한 프로젝트 일정표를 만들었다. 스터디할 도서 리스트도 작성하고, 각 도서별 핵심을 정리할 수 있는 템플릿도 마련했다. 지난 금요일에 가졌던 두 번째 모임이 끝난 후, 머릿속에 떠오른 건 하나였다. ‘우리는 아직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생각도, 마음도 명확하지 않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두가 함께 그리지 않는다면 결국 제자리걸음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림을 그려서 가져왔다. 그려둔 그림 속에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어떤 색을 입혀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도록.
모두의 마음을 들을수록 확신이 더 컸다. 함께 가고 싶은 의지만은 동일하나, 모두 이 길의 끝이 어딘지를 알 수 없고, 정말 해낼 수 있을지는 가봐야 알겠다고 했다. 그 불확실한 대답이 차라리 솔직하고, 그래서 더 믿음직스러웠다. 우리는 결국 실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채, 그래도 함께 부딪혀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중간에 누군가 포기하게 되더라도, 모두가 각자의 길을 가게 되더라도, 경험해봐야 아는 것이니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시작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위한 피드백으로 삼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낮에는 박사 선배님께 초대받아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핑크아트페어에 다녀왔다. 호텔 한 층을 통째로 빌려 객실마다 작품을 전시하는 형식이, 순수예술에 무지한 나에겐 낯설고도 참신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길에 읽던 책 속 문장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돌았다. ‘쓸모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여러 길을 헤맸던 작가가 결국 자신을 만들어낸 건 그 모든 경험들이었다고 고백하던 그 문장처럼, 내게도 수없이 겪어온 실패들이 미래를 만드는 피드백이라는 것을 믿고 싶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깐 확인한 야구 경기 결과가 마음을 한 번 더 건드렸다. 어제 패배했던 롯데가 오늘은 6:1로 크게 승리했다. 어제의 패배를 피드백 삼아 오늘을 준비했을 그들의 마음이, 오늘을 살아낸 내 마음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실패는 잊어야 할 상처가 아니라, 더 단단한 내일을 위한 발판임을 기억하자고 혼잣말했다. 아직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또렷하고 명확해지길 바라며, 오늘을 내려놓는다.
내 안의 한 줄
실패는 내일을 바꾸는 피드백이다.
**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