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33] 다시, 일하는 나로
D-233. Sentence
다시, 일하는 나로.
느낌의 시작
알고리즘 때문일까. 퍼스널 브랜딩을 공부하면서, 어디서부터 어떤 실마리와 연결되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여성 재취업’이라는 키워드가 어느 순간 내 피드에 걸리기 시작했다. 그중 눈에 띈 문구 하나가 있었다. 효성그룹에서 내건 슬로건, “다시, 일하는 나로.”
그 문장은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일하는 걸 멈춰본 적 없던 내게도 묘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두 번의 출산과 최소한의 휴식기를 제외하곤 언제나 달려왔는데도, 마치 처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사람처럼 마음 한쪽을 건드렸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던 그날, 나는 문화예술을 공부하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을 떠들었다. 그날의 나는 얼마나 신나 보였는지, 친구는 지금도 그날 이야기를 꺼낸다. 어제 대학원 동기들과 모였을 때도 그랬다. 내가 새삼 공부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꺼냈더니, 세 명 모두가 말했다. “너, 얼굴이 참 해맑아 보여.”
돌아보면 나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졸업 전 입사, 퇴사 전 대학원 입학, 대학원 졸업 전 또 다른 입사, 퇴사 전 박사과정 입학, 박사학위 취득 후 강의와 사업까지.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생계 때문만도 아니었다. 하지만 끊김이 두려워, 끝나기 전에 무엇이든 이어가야 한다는 불안에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것 같다. 점수를 쌓기 위해, 기록을 남기기 위해, 논문을 써왔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공부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시간이 모자란 게 안타까울 지경이다. 더 깊이 파고 싶고, 더 넓게 보고 싶고, 더 다르게 고민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하나에만 몰두하기에는 녹록지 않아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언제부터인가, 학교에 지원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프로젝트 수주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커졌다. 선택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길을 개척해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언제 멈추게 될지 나조차 알 수 없는 지금이지만, 그래도 좋다. 내가 하고 싶은 분야라면 이익이나 현실을 따지지 않고 빠져들고 싶다. 그래야만 나만의, 유일무이한 것이 나올 거라 믿는다. 대학원 동기들은 아직도 이렇게 해맑을 수 있는 내가 순수하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글쎄, 아직은 모르겠다. 섣불리 멀리 보고 싶지도 않다. 박웅현 작가의 말처럼,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 해야 했기 때문에 일해왔다면, 이제는 설렘으로 일하고 싶다. 다시, 일하는 나로. 내 안에서 문득문득 ‘내가 무슨…’ 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 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며 단호하게 외친다. “조용히 해라.” 누가 뭐래든, 오랫동안 찾아온 단어 하나를 마침내 만난 듯한 지금. 행복하다기보다는 묘하게 뿌듯하다. 그거면 됐다.
다시, 설렘으로 일하는 나로.
마음의 흐름
쉬지 않고 달려온 내 삶을 돌아본다. 매번 다음을 향해 준비하고, 이어가며, 끊김 없이 달려온 길이었지만 정작 설레며 뛰어든 적이 언제였는지 아득하다.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며 머뭇대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내고 기회를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 이익도 계산하지 않고, 현실에 묶이지도 않고, 하고 싶은 것에 온 마음을 걸고 빠져드는 것. 그 안에서야 비로소 나만의 빛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기보다 그냥 뿌듯하다. 그게 더 좋다.
내 안의 한 줄
“다시, 설렘으로 일하는 나로.”
**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