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미터만큼 아쉽고, 밀리그램만큼 애틋해.

[D-234] Everything is something to us.

by Mooon

D-234. Sentence

Everything is something to us.



@MILLIMETER MILLIGRAM

느낌의 시작


Millimeter Milligram(mmmg).

디자인을 전공한 내 또래들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름이다. 문구 시장이 지금처럼 ‘핫’하지 않았던 시절, 1999년 말 서울에서 시작된 mmmg는 단순한 디자인 스튜디오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감각을 보여준 개척자 같은 브랜드였다. 브랜드명이 뜻하는 ‘밀리미터’와 ‘밀리그램’, 그 정밀하고 섬세한 단위처럼 mmmg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동일한 감각과 동일한 태도로 브랜드를 지켜왔다.


그런 브랜드가 한남동이라는 공간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처럼 느껴졌고, 무언가 귀하게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늘 애정이 갔다. 순식간에 문을 열고 닫는 브랜드가 넘쳐나는 요즘, D&Department Seoul과 함께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켜왔다는 사실만으로도 mmmg는 내게 의미 있는 브랜드였다.



마음의 흐름


며칠 전, 인스타그램 피드를 스치듯 지나가던 한 문장이 눈에 걸렸다. “mmmg 한남점이 문을 닫습니다.” 단 한 줄. 그 한 줄이 말도 안 되게 가슴 한쪽을 덜컥 내려앉게 만들었다. 왜 문을 닫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쉽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큰 감정이 몰려왔다. 그 후 며칠이 지나, ‘Farewell Market’을 연다는 소식을 접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mmmg. 아무런 인연도 없고, 나와 직접적인 연관도 없는 브랜드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쓰일까.


소비자로서, 디자인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먼발치에서 늘 잘되길 응원했던 팬으로서, 그 브랜드에 ‘잘 가’라는 말을 꼭 건네고 싶어졌다. 어젯밤, 교회 청년에게 부탁한 책을 스캔하다 거실에 누운 채 그대로 잠들었다. 새벽녘, 문득 눈을 떴고, 다시 하루가 시작되었다. 첫째 아이의 도시락을 싸고,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걷고, 두 아이를 차례로 깨웠다. 아직 방학이 아닌 둘째를 학교에, 자습하러 가는 첫째를 학원에 데려다 주고, 불광천을 한 바퀴 돌며 한껏 땀을 쏟은 뒤— 드디어 나는 한남동으로 향했다. 늘 작업하기 좋은 스타벅스 R지하에 자리를 잡고, 할 일을 정리하다가 둘째 하교 시간에 맞춰 발걸음을 옮겼다. 한남 mmmg 건물 앞. 여전히 1층에 위치한 엔트러사이트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엔 ‘Farewell Market’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실감이 났다.


월요일부터 시작된 마켓은 이제 단 하루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미 대부분의 물건은 빠져 있었고, 제품들엔 녹색, 빨간색, 파란색 스티커가 할인율을 표시하고 있었다.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시간은 늘 아쉽게 흘러간다. 무엇이라도 기념이 될 만한 물건을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mmmg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시그니처 노트를 하나 골랐고, 감각적인 프린트가 인상적인 에코백 몇 개를 집었다. 노트 하나. 3,000원밖에 하지 않지만, 종이에 정성스럽게 포장해주는 그 마지막 센스와 예의. 아마 그 인상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포장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Everything is something to us.” 우리에게 모든 것은 의미가 있다.


작은 것에서 의미를 찾고, 사소한 것에서도 큰 가치를 발견해온 정교함. 그 정신이, mmmg를 여기까지 이끈 힘이 아니었을까. 매장 이곳저곳엔 “Hey, See you again.” 이라 적힌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Goodbye’가 아닌 ‘See you again’.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4.jpg @MILLIMETER MILLIGRAM

그 말이 빈말이 아님을 지금까지의 시간이 증명해주었기에, 나는 또다시 더 멋진 모습으로, 더 감각적이고 정교한 모습으로 돌아올 mmmg를 기다리게 된다. 망설였던 가방, 티셔츠, 양말, 노트…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 인생이란, 결국 늘 그런 것 같다. 놓치고 나서야 후회하고, 사소한 것이 결국 마음에 오래 남는다. 모든 순간이 귀하고, 작은 것들이 의미 있는 시간임을— 나는 오늘 다시 새긴다.


mmmg, See you sooooon!!



내 안의 한 줄


정교하게 쌓인 시간은, 결국 감각이 된다.


**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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