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함은, 꽤 실용적인 감각이야.

[D-237] 대단하지 않더라도 다채롭고 흥미롭게

by Mooon

D-237. Sentence

대단하지 않더라도 다채롭고 흥미롭게.


@Philosophy_Ryo

다채롭다: 여러 가지 색채나 형태·종류 들이 변화 있게 어울려 호화스럽다

흥미롭다: 어떤 대상이나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거나 신기하게 느껴지는 상태



느낌의 시작


누군가 근사하다 말하는 기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다양해진다. 젊었을 때는 합격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어떤 자격시험에 붙었거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사’ 자 들어간 직업을 가졌거나, 글로벌 기업에 다니는 누군가를 보면 ‘근사하다’고 생각했었다.



마음의 흐름


나이가 들수록 근사함의 기준은 더 다양해지고, 더 폭넓어지는 것 같다. 지금은, 자신의 고민거리를 아버지와 상담하고 싶어 하는 TV에 나온 고등학생과 그의 새아버지가 근사해 보인다. 손주가 집에 놀러 오면 꼭 안아주고 축복 기도를 해주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멋지게 느껴진다. 드디어 핸드폰을 갖게 되었지만 절제할 자신이 없다며 일주일 만에 엄마, 아빠에게 반납한 친구 조카가 예뻐 보인다. 다른 아이들은 유튜브 보고 게임하며 방학을 보낼 때, 제주도의 스튜디오에서 자신만의 그림을 차곡차곡 밀도 있게 완성해 가는 청소년들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보인다.


누군가 말하는 근사한 목표나 인생이 아니더라도, 어떤 이에게는 대단하지 않아 보여도 자기다움을 지켜가며 다채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신나게 살아가는 그 삶의 태도가 나에겐 빛나고, 근사하게 다가온다. 나는, 남들이 보기에 얼마나 근사한 인생인가가 중요하지 않다. 지인들은 나에게 ‘잡념이 없어 보여서 부럽다’고 말한다. 며칠 전에는 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이 자기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처럼 보인다며 진심으로 그 길을 응원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어제의 나는 교회 식사 당번이었다. 돼지고기 김치주물럭을 준비하고 있었고, 요알못인 나는 식사 당번이 되면 늘 긴장 모드에 돌입한다. 김치까지 들어간 많은 양의 고기 양념을 어떻게 가늠해야 할지 몰라 혼자 인터넷 레시피를 찾아보며 고군분투했다. 한 근에 고춧가루 5큰술이라고 써 있는 레시피를 보고 6근이니 30큰술을 넣어야겠다 생각했던 나 자신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요리 장인이신 시어머님은 늘 나에게 “한국 소스는 다 똑같다. 알맞게, 적당히 넣으면 돼.” 라는 세상 알 수 없는 말씀을 해주신다. 그 적당히가 제일 어려운 나지만, 그래도 올해는 안 해보던 것들을 해보며 살아야겠다는 작은 다짐을 하고 있다. 첫째가 중학생이 되면서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고, 주방에 서 있는 시간이 자연스레 늘어났다. 해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적극적인 마음으로 시도할 때, 내 삶은 더 풍성하고 더 근사해질 수 있으리라 믿게 된다.


브런치를 시작했고, 러닝도 시작했고,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도 품었다.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색깔의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조금 설레고, 조금 기대된다. 벌써 7월이 끝나가고 있고, 2025년은 반을 지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근사한 삶은 아닐지 모르지만 두 아들이 보기엔 근사한 엄마의 삶을 살고 싶다. “우리 엄마의 삶은 참 근사했어.” 그 말 한마디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사랑한다’는 말보다 ‘존경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 어느 것보다 더 큰 포부일지 모르지만 뭐 어떤가.

내 꿈이자, 내가 생각하는 근사함인데 말이다.



내 안의 한 줄


빛나지는 않아도, 나는 근사하게 살고 있다.


**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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