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지 않은 하루들.

[D-238] 인생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by Mooon

D-238. Sentence

인생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im.messages

느낌의 시작


"인생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im.messages에서 스쳐간 이 문장은, 단순하고 명료했지만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이보다 더 정확하게 인생을 설명한 문장이 또 있을까 싶다.


100세 시대, 60세를 더는 노인이라 부르지 않는 지금, 내가 인생을 논하기엔 아직 어설픈 구석이 많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예정된 일은 너무나도 쉽게 어긋나고, 당연하다고 믿던 것들은 너무도 빨리 무너진다는 것이다. 내게만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여겼던 일들이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오고, 반드시 일어날 줄 알았던 일들은 기약 없이 멀어지다가 결국 일어나지 않는다. 눈을 떴다고 내일도 눈을 뜰 수 있다는 보장은 없고, 100세를 살아도, 200세를 살아도 우리는 언제나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맞는다.


그래서일까. 이 평범한 하루, 이 사소하고 반복적인 일상조차 결코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안에서 하루는 늘 새롭게 태어난다.



마음의 흐름


오늘은 본격적인 방학이 시작된 초등학교 1학년 둘째가 학교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날이었다. 매주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용인에서 한 시간 반 넘는 지하철을 타고 올라와 일하는 나를 도와주시는 엄마 역시 오늘도 여전하셨다. 그런데 오늘은 날씨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땀이 흐르고, 그저 서 있기만 해도 피부가 뜨겁게 데워지는 살인적인 더위였다. 엄마가 이 날씨에 먼 거리 도보를 감당하시려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둘째를 학교에 데려다주자마자, 곧장 지하철역으로 엄마를 마중 나갔다. 늘 혼자 천천히 걸어오시던 길을, 오늘만큼은 차로 모시러가 안심하고 싶었다.


엄마와 함께 집에 도착하니 이번엔 다시 둘째를 데리러 나설 시간이었다. 초등학교 앞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온몸이 땀에 절어 있었고, 숨을 돌릴 틈도 없이 교문 앞에 서 있었다. 잠시 후, 환하게 웃으며 나오는 아이를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그 순간, 아이는 말했다. “모자… 도서관에 두고 왔어요.” 아침에 그렇게 당부했던 말이 무색하게, 모자는 책 속에 깔려 그 자리에 남겨진 모양이었다. 아이는 다시 도서관으로 뛰어가고, 나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도 다시 온몸이 땀에 젖었다.


오후에 학원자습이 시작하는 중학교 1학년인 첫째는 오늘 아침 오랜만에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고, 좋아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전날 경기 하이라이트를 찾아보고, 친구와 전화로 약속을 잡으며 오전 내내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불안했다. 지난주, 친구들과 야구를 하다 학원 자습에 지각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만큼은 절대 늦지 말자고, “1시까지 도착해야 한다면 12시 55분엔 도착해 있어야 해.” 재차, 강조했다. 첫째는 “알겠어요, 엄마.”를 몇 번이고 반복했지만 12시 35분부터 전화를 해도 묵묵부답. 결국 12시 56분, 숨이 가쁜 목소리로 “지금 친구 집에서 나가는 중이에요.”라는 연락이 왔다. 첫째의 시간은 여전히 세상의 시계와 조금 다르게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아침부터 정신없이 돌아다닌 나에게는 오후가 유일한 일 처리 시간이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몇 주 전부터 써야지 벼르던 책 서평은 블로그에 겨우 올렸지만 모바일에서 보니 단락이 깨지고 문장이 밀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읽히지 않았다. PC와 모바일을 번갈아가며 수정을 하고, 겨우 정리했다. 이어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이미지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려 했지만 노트북 안에서 PSD 목업 파일이 사라진 듯 보이지 않았다. 무료 목업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비슷한 걸 찾아내고, 사이즈를 조정하고, 텍스트를 입히며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비율도, 색감도, 폰트 배치도 자꾸만 어긋났다.


그렇게 애쓰며 겨우 하나를 완성하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나니 어느덧 오후는 깊어 있었고, 머릿속은 다음 일정으로 바쁘게 회전하고 있었다. 잠깐의 여유를 찾은 건, 작업에 몰입하느라, 시끌벅적한 것도 느끼지 못했던 카페의 구석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던 그 순간이었다. 서로 다른 이유로 이 공간에 앉아 있는 사람들. 서로 다른 표정, 서로 다른 대화, 서로 다른 하루. 그 중 누구도 내일을 장담하지 못한다. 아마 본인조차 모를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오늘, 그런 오늘이 또 지나가고 있었다.



내 안의 한 줄

어떤 하루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 그게 삶이다.


**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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