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3] 나이 들수록 희귀한 사람? 잘 노는 사람.
D-243. Sentence
나이 들수록 희귀한 사람? 잘 노는 사람.
느낌의 시작
나이 들수록 보기 드문 사람이 있다. 바로, 잘 노는 사람. 잘 논다는 건 단지 여가를 즐긴다는 뜻이 아니다. 그만큼 삶에 대한 에너지가 있고, 애정이 있다는 뜻이다.
마음의 흐름
얼마 전부터 친정엄마가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 “이제는 어디 여행을 가도, 아무리 좋은 데를 가도 귀찮고,
맛있는 음식도 다 거기서 거기고, 집에서 쉬는 게 제일 좋아.” 크게 좋을 일도, 크게 슬플 일도, 크게 맛있는 것도 없다고 말씀하시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괜히 마음이 씁쓸해지고, 어느 결에 무거워진다.
그런 엄마가 서울 올라오시는 월요일 아침, 두 아들을 봐주시러 용인에서 오시는 길에 카톡을 보내셨다. “오늘 밤, 한강 보러 갈 수 있을까?” 그 문장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날 늦은 저녁, 남편은 운전을 하고 엄마를 뒷자석에 태우고 한강도로를 따라 달렸다. 엄마가 듣고 싶다고 하셨던 옛날 음악을 조용히 틀어두고, 창밖으로는 서울의 밤공기와 조명이 흘렀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고, 목적지도 없었고, 그냥 달리기만 했을 뿐인데, 엄마는 참 좋아하셨다. 그렇게도 상쾌하다고, 좋았다고. 그 순간 문득, 이건 엄마만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싶었다. 나도 그렇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학이 되면 가보고 싶었지만 멀어서 미뤄두었던 카페들을 찾아다니며 투어하듯 돌아다녔던 나였다. 그런데 이번 방학엔, 시간이 있음에도 연희동보다 멀어지면 아예 갈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점점 줄어드는 생활반경. 나도 어느덧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몸이 나이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마음만큼은 조금씩 더 분명해지고, 명확해질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나는 여전히 잘 놀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정된 에너지로 일할 때는 눈이 반짝이고, 쉴 때는 짧아도 온전히 ‘쉼’이라는 것을 누릴 수 있는 사람. 멋지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는, 대체 뭘 하며 놀 때 가장 재미있을까? 상상만해도 기분 좋아지는 장면. 큰 창밖으로 한적하고 아늑한 숲이 보이는 어딘가. 따뜻한 온천물로 몸을 깨끗하게 씻고 나와 걸쳤는지 안 걸쳤는지 모를 만큼 편안한 홈웨어를 입고 푹신한 가죽 소파에 폭 안긴다. 그 공간 전체를 감싸는 잔잔하고 깊은 울림이 있는 음악, 그리고 고소하고 진한 라떼 한 잔과 향긋한 베이커리 디저트를 곁들인다면,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풍경이다.
실컷 울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도 좋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다큐멘터리도 좋고, 읽고 싶었지만 못 읽었던 소설이나 수필집도 좋다. 그 안에 나를 던지고, 잠깐이라도 현실에서 빠져나오는 그 기분. 상상만으로도 충전된다. 그리고, 꼭 혼자여야 한다. 꼭. 말이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간섭도 없이, 온전히 나만의 리듬으로 머물고 싶다.
오늘은 남편이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이었고, 나는 조금은 여유롭게 집 앞 스타벅스에서 해야 할 작업을 했다. 시간적으로도, 가격적으로도 가성비 좋은 동네스벅이 이렇게 고마울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그냥 좀 다른 곳에서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치솟을 때가 있다. 걸어서 갈 수 있고, 언제든 주차가 가능한 동네에 마음에 드는 분위기의 카페가 세 달에 한 번쯤 새로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이기적인 상상임을 알면서도 괜히 그런 상상을 한다.
여름이 되니, 휴가 생각이 절로 난다. 하지만 현실은 그저 스타벅스 한 자리에 앉아 작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날. 그렇게 오늘 하루도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균형 잡힌 삶이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멀리 내다보지 않고, 하루하루, 순간순간에 집중하면서 다시 살아보는 거다. 암만.
내 안의 한 줄
잘 논다는 건, 삶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다.
**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