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5] 좋아하게 만드는 힘
D-245. Sentence
좋아하게 만드는 힘
느낌의 시작
‘좋아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말이 오늘따라 마음에 오래 남는다. 내가 무언가를 스스로 좋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누군가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 누군가가 어떤 일을 좋아하게, 혹은 함께 일하는 나라는 사람을 좋아하게 만든다는 건 단순한 친화력이나 성과 이상의 이야기다. 그건 관계에 대한 신뢰고, 감정에 대한 여운이며, 태도에 대한 설득이다. 그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 리더라면, 나는 지금 어떤 리더일까. 아니, 나는 정말 리더일 수 있을까.
마음의 흐름
나는 늘 ‘보조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리더의 자리에 서기보다, 리더가 가리키는 방향을 현실로 옮기는 사람. 큰 그림을 설계하기보다는, 빠진 조각을 채우고 세부를 조직하는 역할이 더 익숙했다. 그래서일까. 처음 UX 디자인 컨설팅 회사에서 PM으로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방향보다는 균형을 맞추는 데 급급했던 것 같다. 무엇을 챙겨야 하고, 어떤 일은 내려놔야 하는지, 어디까지는 기다려야 하고, 어디부터는 말을 해야 하는지—그런 경계조차 흐릿한 채, 스스로도 불안한 채로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했다.
그 후, 디커넥트라는 이름으로 개인사업자를 내고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리딩하게 되면서, 그 경계들은 점차 또렷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그 선을 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어떤 균형이야말로 가장 버겁고 외로운 일인지도 알게 됐다. 팀원 간의 협업,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일정 조율, 예산 관리… 단 하나도 가볍지 않은 과제들. 성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관계’를 이어가지 못했던 프로젝트들이 있었다. 결과물보다 사람이 먼저였다는 걸, 뒤늦게 돌아보며 깨닫는 날들이 많아졌다. 일을 잘하는 리더는 많지만, 함께하고 싶은 리더는 드물다는 말을 이제야 이해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나는 어떤 리더였나.
그리고 지금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생각해보면, 프로젝트를 끌어갈 때 가장 많이 신경 쓴 건 결과보다 ‘사람’이었다. 클라이언트보다는 팀원들의 컨디션과 일의 동선, 감정의 결을 더 자주 들여다보았고, 일의 완성도만큼이나 일의 과정도 중요하다고 믿었다. 비록 모든 순간을 즐겁게 만들 수는 없었지만, 함께했던 동료들이 다음 프로젝트에도 함께하고 싶다고 말해줄 때면, 그래도 리더로서의 작은 가능성을 발견한 듯한 위로가 찾아왔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끝나면, 꼭 좋은 식사를 함께했다. 뷔페든, 코스요리든, 식사의 격식보다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내 마음이 중요했다. 그 식사자리는 늘 나에게 “그래도 잘 이끌었어”라는 말 없는 보상처럼 느껴졌다.
요즘 들어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리더십이란, 결국 어디를 보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지금까지는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디테일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전체를 보는 시야와 한 걸음 앞을 내다보는 판단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매일매일이 그 훈련의 연속이다.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붙잡고, 누구에게 역할을 맡길 수 있을지 분별하는 눈을 갖는 일. 그것이 바로, 지금 내가 가장 훈련해야 할 리더의 태도다.
조금은 멀리서 바라보는 용기, 꼭 내 손으로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뢰, 지금 당장의 반응보다는 길게 이어질 흐름을 고민하는 인내. 아직 나는 완성된 리더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 이 시간들이, 어쩌면 내가 ‘좋아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리더로 나아가는 가장 정직한 연습일지도 모른다.
내 안의 한 줄
좋아하게 만드는 힘은, 태도에서 나온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