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엔 좋은 사람이 기억된다.

[D-246] 양명(陽明)

by Mooon

D-246. Sentence

양명(陽明): 볕이 환하게 밝음


@양명(陽明)



느낌의 시작


볕이 환하고도 환한 날이다. 비 예보는 어제부터 계속됐다. 실제로 어제 오전엔 비가 내렸고, 오늘 오전에도 장대비가 우우두둑 떨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가 밖으로 나서는 순간마다 날씨는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마음의 흐름


어제 오후엔 바닷가에서 물놀이가 예정되어 있었고, 오늘 오후엔 남해를 둘러보는 조별모임이 계획되어 있었다. 다행히도 어제 하늘은 비를 머금고 있었지만, 탈 염려도 없을 만큼 흐린 구름 아래, 오히려 물놀이하기엔 최적의 날씨였다. 바닷물은 모래사장보다 따뜻했고, 수심은 아이들이 놀기엔 완만했으며, 바람으로 인해 생긴 파도는 적당한 긴장을 더해주었다. 중고등부 학생들은 바나나보트를 타며 스릴을 즐겼고, 초등학생 아이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파도와 노느라 물에서 나오지 않았다.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휘몰아치던 비는, 오후가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멈췄다. 덕분에 중고등부와 청년들은 야외에서 미니 레이싱카를 타며 신나게 놀 수 있었고, 가보고 싶었던 식당과 카페도 날씨의 방해 없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차창 너머로 스치는 햇살 머금은 바다는, 그 자체로 풍경이었다. 오늘 점심은 파스타와 피자, 샐러드로 든든하게 채웠고, 식사 후 함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아간 카페의 이름이 ‘양명(陽明)’이었다. 볕이 잘 드는 넓은 마당과 두 공간으로 나뉜 조용한 건물. 그곳에서의 시간은, 말 그대로 볕이 환하게 밝은 시간이었다.


한참을 앉아 이야기했다. 친구의 아버지이자 우리 교회의 장로님과 나눈 대화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바쁘게 살아오느라 아버지와 사진 한 장 찍을 틈이 없었던 친구는, 오랜만에 아버지와 어깨를 맞대고 사진을 찍었다. 말투와 표현의 차이로 오해가 쌓였던 이야기도 서로 나누었다. 장로님은 사춘기 아들에게 너무 서두르지 말고, 때를 기다리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결국 부모인 내가 다듬어지고 온전해지는 과정이라고.


천방지축으로 굴기도 하는 아들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내 부족함으로 인해 아들을 망칠까봐 두렵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며, 스스로 울컥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 함께 부족하지만 서로를 채워나갈 마음이 준비된 공동체와 여행을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떤 햇살보다 내 하루를 더 환하게 만든다.


호텔 리조트에 묵지 않아도,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아도, 비싼 코스요리가 없어도 좋다.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과 김치찌개를 같이 끓이고, 닭발을 먹으며 밤을 새울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빛나는 오늘이다.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먹은 양을 생각하면, 일주일 치 음식을 다 먹은 기분이다.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고, 간식을 먹고, 저녁을 먹고, 또 야식을 먹는다. 배는 빵빵하지만, 마음이 더 가득 차 있다. 이게 가능한 일이었나 싶을 정도로, 기꺼이 먹고 웃고 나눈 시간.


이 시간을 통해 힘을 얻는다. 일상에 치이며 굳어 있었던 얼굴이 부드러워진다. 이런 게 삶이다. 진짜 살아 있다는 느낌, 이런 날에 깃든다.



내 안의 한 줄


날씨가 도와줬고, 사람들은 더 깊었다.



**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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