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9] 리딩 리듬 (Reading Rhythm)
D-249. Sentence
리딩 리듬 (Reading Rhythm)
느낌의 시작
전자책이 대중화되고, 온라인 독서 서비스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한동안 ‘종이책은 끝났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출판업은 사양 산업으로 불렸고, 종이책을 손에 쥔 사람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보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텍스트 힙(Text Hip)’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책과 독서가 세련되고 매력적인 문화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뉴욕의 ‘북파티(Book Party)’ 소식을 보았다. 사람들이 책을 들고 모여 와인을 마시며 서로의 독서 취향을 나누는 장면이 화면 속에서 흘러나왔다. 그 행사를 주최한 곳의 이름은 ‘리딩 리듬(Reading Rhythm)’. 이름을 보는 순간, ‘이보다 잘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독서에도 분명 리듬이 있다. 한 번 타기 시작하면 그 흐름이 나를 깊이 이끌어가지만, 흐름이 깨지는 순간 다시 시동을 거는 일은 쉽지 않다. 읽고, 또 읽으며 흐름을 이어가는 동안에는 문장이 더 선명하게 보이고, 생각이 연결되며, 마음이 확장되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잠시라도 멈추면, 그 자리로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 멀고 더딜 때가 있다.
마음의 흐름
나는 오랫동안 한 분야를 깊이 공부해왔기에, 책 읽기는 내 삶의 필수 근육 같은 존재다. 늘 책, 논문, 보고서가 곁에 있지만, 업무와 공부를 위한 독서가 전부가 아니다. 이유나 목적 없이 그저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종이 냄새와 질감을 사랑하고, 페이지를 넘기며 밑줄 긋고, 여백에 생각을 적는 일을 즐기는 나는 전형적인 아날로그형 독자다. 하지만 책의 부피나 무게, 대여한 책에 메모할 수 없는 불편함 때문에 요즘은 스캔본을 미니패드로 읽을 때가 많다.
이상하게도, 미니패드로 읽은 책은 다 읽고 나도 ‘읽었다’는 감각이 흐릿하다. 손이 다시 가지 않고, 페이지를 열어 다시 읽고 싶은 마음도 잘 생기지 않는다. 업무와 관련된 책은 필요할 때 다시 펼치지만, 순수하게 즐기고 싶었던 책들은 패드 속에서 금세 잊힌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종이책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 장면이 묘하게 따뜻하게 느껴진다.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제목이 궁금해지고, 책을 읽는 그 사람의 호흡과 세계가 은근히 부럽다.
나는 종종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하루를 보내는 상상을 한다. 창밖에는 빛이 부드럽게 들어오고, 손끝으로는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읽고 싶은 만큼 마음껏 읽는 하루. 그곳에서는 시간도, 세상도 잠시 멈춘 듯 느껴질 것이다. 책벌레도 아니고, 집중력이 좋은 편도 아니지만, 책이라는 존재 자체가 주는 위안과 충만함을 나는 사랑한다.
언젠가 은퇴를 하더라도 나만의 ‘리딩 리듬’을 놓치지 않고 싶다. 두 아들 역시 책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쌓고, 더 풍성한 삶을 누리길 바란다. 요즘은 퍼스널 브랜딩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있지만, 문득 전혀 다른 세계의 책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잦다. 이렇게 나만의 리딩 리듬을 조율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일, 상상만 해도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번진다.
내 안의 한 줄
책의 호흡이, 나의 시간을 만든다.
__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