찝찝한 후불보다 마음편한 선불.

[D-261] 인생은 선불이에요. 후불은 없어요.

by Mooon

D-261. Sentence

인생은 선불이에요. 후불은 없어요.


IMG_9655.jpg @motivetraining.kr

느낌의 시작


“인생은 선불이에요. 후불은 없어요.” 누군가의 말이 아니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튀어나온 문장이었다. 값을 치르지 않고 얻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는 말보다, 누구보다 조급하게 값을 치러왔다고 말하는 편이 더 솔직할지 모른다. 기다리지 못했고, 기다릴 수 없었다. 가진 것보다 내야 할 것이 더 많았기에, 손에 쥐기 전에는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 인생이 그런 방식으로 나를 훈련시킨 탓이다. 나는 항상 선불을 택했다. 마음도, 노력도, 시간도, 감정도. 선불을 내고 기다리는 법밖에 몰랐다. 그래서일까. 그 대가가 빨리 오지 않아도 멈추지않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지금도 그렇다. 여전히 나는 찝찝한 후불보다, 확실한 선불을 선택하고 있다.



마음의 흐름


지난 브랜딩 모임. 조용하고 넉넉한 주차 공간이 있는 카페를 가보자며 길을 나섰다. 네비게이션을 켰지만, 빠져나가는 곳을 놓쳐 인천공항까지 가버렸다.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프로젝트 온라인 미팅이 있어 다시 그 카페로 향했다. 지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온 정신을 모아, 네비에 눈을 고정했지만, 또다시 인천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회의는 다가오고, 마음은 초조해졌다. 다행히 근처에 ‘카페 진정성 인천점’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방향을 틀었다. 다행히도 늦지 않게 도착했고, 미팅도 무사히 마쳤다.


돌아오는 길. 이건 뭐 매일이 블랙코미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늘 말한다. “당신은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야.” 정말 그렇다. 주차해놓고도 다음날 남편에게 “내가 어제 어디다 차 뒀지?”라고 묻기도 한다.


며칠 전엔 동네 카페에 차를 가져가 작업하다 걸어서 귀가했다. 퇴근하던 남편이 카페 앞에 세워진 우리 차를 발견하고 전화를 걸었다. 그제야 ‘아, 나 차 갖고 갔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 카페앞으로 가서 다시 차를 가지고 집으로 왔다. 엄마는 아직도 내가 어떻게 돈을 받고 일을 하는지 신기해하신다. “너한테 돈 주고 프로젝트를 맡기는 것도 신기하고, 학교 가서는 학생들한테 무슨 말을 해?” “강의실 뒤에 앉아서 좀 들어보고 싶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도 가끔 스스로를 못 믿겠는 마음이 든다. 이렇게 허술한데, 어떻게 두 아이를 키우고, 프로젝트를 맡고, 강단에 서고 있는 걸까. 친한 동생이 한 말이 문득 떠오른다. “언니인생에 뭔가, 쉽게 얻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맞는 말이다. 둘째아이도, 취업도, 대학원도, 내 커리어도. 뭐 하나 쉽게 얻은 게 없었다.


기다리고, 버티고, 반복하고, 다시 도전하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문이 열리긴 했다. 누구보다 서툴고, 어리숙하고, 때로는 답답하다는 소리도 듣지만, 나는 늘 선불을 내고 여기까지 왔다. 어떤 보상도, 어떤 결과도, 그냥 주어지는 건 없었다. 그래서 선불이 좋다. 적어도 다 내고 나면 마음이 편하다. 찝찝한 후불은 내 방식이 아니다. 오늘 인천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유난히 하늘이 높고 맑았다. 그 하늘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 하늘처럼, 어느 날은 명확하고 선명하게 빛날 수 있을까.



내 안의 한 줄

찝찝한 후불보다, 선명한 선불을 택한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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