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Mad Women이어도 괜찮다.

[D-262] 미친년 프로젝트 (Mad Women Project)

by Mooon

D-262. Sentence

Mad Women Project


@서울시립사진관_포토라이브러리



느낌의 시작


미친년 프로젝트(Mad Women Project).

두 아들과 정신없이 여름을 보내다 결국 가고 싶던 전시는 꿈만 꾸다 방학이 끝나버렸다. 마침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문화예술사 공부를 하는 친구가 계절학기를 마치고 목요일 오전마다 전시를 다닐 예정이라기에 함께 하기로 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은 서울시립사진관. 사진 전문 전시관은 처음이었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창동에 위치해 있었다. 한적했고, 쾌적했고, 무엇보다 무료였다. 개관 기념 전시와 함께 설립 과정을 기록한 상설 전시가 있었고, 2·3층을 천천히 둘러본 뒤 4층으로 올라가니 교육실과 아담한 도서관이 있었다. 예술 서적이 빼곡한 그곳을 둘러보고 나오던 길, 현관 옆에 놓인 사진집 한 권이 눈길을 끌었다. 박영숙 작가의 「미친년 프로젝트(Mad Women Project)」였다.



마음의 흐름


순간 ‘미친년’이라는 단어의 뜻이 궁금해졌다. 옥스퍼드 사전에서는 ‘정신이 이상한 여자를 욕하는 말, 실없거나 도리에 벗어난 여자를 욕하는 말’로 정의하고 있었다. 결국 이상한 행동을 꾸짖거나 헐뜯는 표현이었다. 그런데 마침 동네 도서관에서 그 뜻을 찾아보고 있을 때, 낯선 여자가 다가와 큰 트림을 하고 거친 욕을 내뱉더니 혼자 웃고 앉았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Mad Women의 이미지가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사진집을 펼치니 꽃을 꽂은 여성, 초점 없는 눈빛의 여성들이 등장했다. 단어에는 언제나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 ‘공무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아들 둘 엄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처럼. 그러나 특정 단어에 갇히는 순간, 생각은 굳고 단단해진다.


사람들은 나를 두고 보수적이고, 융통성 없고, 원리원칙에 철저하며, 무표정하고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말한다.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본 이들의 말이니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이미지 안에 머무르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런 면이 있었는지 몰랐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실제로 교통질서만 따박따박 지킬 것 같은 이미지이지만, 예전 회사 동료들과는 화장품 가게에서 “여기 팥빙수 파나요?”라는 황당한 질문을 누가 할지 가위바위보를 하며 웃음을 터뜨린 적도 있다. 조용히 앉아있다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한다. 또 어떤 날은 두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혼자 차를 몰아 고속도로를 달리며, 가평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를 먹고 속초 바다를 보러 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평소의 나와는 다른 나,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나. 그것이 나만의 ‘미친년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단순하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 더 넓고, 더 유연하며, 더 많이 웃는 내가 되는 것. 일상 속 작은 일탈이 나를 설레게 하고, 심장까지 뛰게 만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금 더 깽뚱맞은 일탈을 꿈꾼다.



내 안의 한 줄

나의 미친년 프로젝트는, 틀에 갇히지 않고 나를 확장하는 일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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