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징대지 말고, 그냥 해.

[D-264] 결과는 조용히 증명한다.

by Mooon

D-264. Sentence

결과는 조용히 증명한다.


@richdrive_

느낌의 시작


결과는 언제나 조용히 증명된다.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내 안의 중심이 얼마나 단단하고 무거워지고 있는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이든 ‘티 안 나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루틴을 지켜내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 아닐까.




마음의 흐름


“내가 요즘 이런이런 일을 이렇게 해오고 있잖아.”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내가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가진 줄 알아?”

“내가 이 정도밖에 되지 못한 건,

경쟁이 심한 사회 탓이고,

부모를 잘못 만난 탓이고,

코치해줄 사람이 없던 탓이야.”


내가, 내가, 내가. 이런 말들을 내뱉으며 자신의 현재를 합리화하는 사람들을 보면, 묻게 된다. 다른 사람 탓을 한들 과연 무엇이 달라질까. 나 역시 어릴 때는 늘 부러움이 있었다. 엄마 아빠 사이가 좋은 친구들,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가정 분위기,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부모님을 둔 친구들은 그 자체로 축복받은 존재처럼 보였다.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부모님은 서로의 고통스러운 삶과 깨어진 관계 속에 묶여 계셨기에, 내 고민과 생각을 이야기할 공간은 없었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해야 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환경에 짓눌려 있고 싶지 않았기에,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서만큼은 최선을 다하며 더 나은 삶을 만들고자 몸부림쳤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아버지 사업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형편은 점점 더 녹록지 않았다. 졸업 전에 취직해 2년 반 동안 돈을 모아 대학원에 진학했다. 다행히 수석 입학으로 장학금을 받았고, 대학원에 다니며 식품회사에서 홍보물 디자인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하지만 모아둔 돈은 턱없이 부족했고, 졸업 전까지 학자금 대출에 의지해야 했다. 대학원 졸업전 정말 많은 취직원서를 냈고, 어렵게 시험에 통과해 공기관에 취업할 수 있었다. 취업 후에는 돈이 생길 때마다 출퇴근길 농협에 들러 조금씩 갚아나갔다. 결국 취업후 얼마 지나지않아 모든 학자금 대출을 다 갚았다.


회사를 다니다가도 학교에 남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결국 다시 학교로 돌아왔고, 박사과정을 시작하는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고 결혼도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의 삶은 누군가에게 쫓기듯 늘 조급했다. ‘더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다, 더 달리면 도달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쉬지 않고 달려왔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밀 틈조차 없었다. 노력에 비해 결과는 늘 부족해 보였고, 그래서 마음의 여유는 사치처럼 느껴졌다.


가끔 상상해본다. 만약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면,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따뜻한 부모님이 곁에 계셨다면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누구나 티를 내고 싶은 욕망, 인정받고 싶은 갈망은 본능이다. 그러나 그 본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삶이다. 과정이든 결과든, 묵묵히 감당하는 태도가 결국 어른다움일 것이다.


오늘도 남편은 출근했고, 중학생 첫째에게는 초등학생 둘째를 맡겼다. 나는 동네 스타벅스에 앉아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수준만큼, 각자의 몫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차이는 이것뿐이다. 징징거리며 하느냐, 묵묵히 하느냐.



내 안의 한 줄

티 내지 않고도,

끝까지 감당하는 태도가 어른다움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이전 24화지속가능한 일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