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시작해도, 이야기는 내 몫이다.

[D-266] 0.0kg 우량아입니다.

by Mooon

D-266. Sentence

"0.0kg 우량아입니다."

@최성운의 <사고실험>_이종범 작가

느낌의 시작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듣는 말이 이거라니, 대한민국 사람들은 참 태생부터 숫자와 평가에 익숙한 민족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게 나쁘기만한가싶다.



마음의 흐름


오늘은 두 아들을 학교에 내려주고, 합정역 루아르 커피바에서 컨설팅 미팅이 있었다. 늘 그렇듯 차 안은 나만의 휴식실. 사실 운전 중에는 아무 생각 안 하고 음악만 듣고 싶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찾은 대안은 ‘듣기만 해도 도움이 되는 콘텐츠.’ 그중 요즘 내 최애는 최성운 PD의 <사고실험>. 유퀴즈가 살짝 변심하는 사이, 사고실험은 나의 두뇌와 마음을 동시에 자극해주는 대체재가 되었다.


오늘은 ‘스토리의 달인’ 이종범 작가님 편을 봤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웹툰작가, 음악인, 유튜버, 작가… 뭐 하나로 소개하기 힘든 분이었다. 한마디로 ‘이야기’를 도구 삼아 업의 경계를 무한대로 확장한, 시대 맞춤형 멀티플레이어였다. 예전 같으면 ‘의사, 변호사, 선생님’ 같은 직업 삼대장이 삶의 정답지였는데, 이제는 각자 자기만의 주제 하나만 잘 붙들면, 직업은 가지를 치듯 다양해질 수 있는 세상이다. 그걸 보고 있자니 나도 내 ‘주제’를 중심으로 업을 확장해가야겠다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그 와중에 작가님이 던진 한 문장이 귀에 쏙 들어왔다. “한국인은 태어나자마자 ‘0.0kg 우량아입니다’라는 평가부터 듣는다.” 수치와 평가로 시작하는 인생이라니, 듣고 보니 씁쓸하면서도 피식 웃음이 났다.


사실 나도 공감한다. 한국 사회는 늘 숫자로 줄 세우고, 평가표를 나눠주며 달리기를 시킨다. 그런데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수치와 평가 덕분에 100년도 안 되어 경제대국 반열에 오른 게 우리나라 아닌가. 문제는 과할 때다. 너무 ‘평등’만 외치다 보면 이상한 역차별이 생기고, 그렇다고 ‘성적순’만 외치면 사람을 기계로 만드는 꼴이 된다. 칭찬과 평가, 인정과 수치는 반대어가 아니라 서로 균형을 이루는 쌍둥이 같은 존재 아닐까.


어찌 보면,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체중계 위에 올라선 우리 모두가, 죽을 때까지 ‘측정 중’인 셈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오늘 하루의 무게가 궁금하다. 월요일인데, 내 마음은 최소 10kg은 빠진 것 같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졌는데 말이다.)



내 안의 한 줄

무게는 측정되지만, 속도는 내 몫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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