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68] 누구나 클래식
D-268. Sentence
누구나 클래식
느낌의 시작
누구나 클래식을 즐길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음악이 가진 보편성과 생명력이다.
마음의 흐름
오늘은 예상했던 대로 아침부터 정신없이 흘러갔다. 집에서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역삼동에서 오전 자문회의가 있어 둘째 등교를 엄마에게 부탁드리고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부동산통계시스템의 새로운 브랜드명에 대한 전문가 자문 자리였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이 시대 브랜드명은 결국 '컨텍스트(context)'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 귀한 시간이었다. 머물러 있지 않고 움직이면 배울 것이 있다는 진리를 또한번 느낄 수 있었다.
회의를 마친 후, 서울에서 오늘 자문을 부탁한 대학원 선배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교대의 삼계탕집으로 향했다. 선배가 손수 대접해주셨는데, 후루룩 먹고 나가야 하는 분위기의 식당에서 우리는 무려 두 시간을 수다로 채웠다. 결론은 결국 남는 건 사람이고, 중요한 건 관계라는 이야기였다.
생각보다 늦게 자리를 마무리하고 첫째 학원 근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지난달 어렵게 성공한 ‘서울시 누구나 클래식 공연’을 첫째와 함께 보러 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학원을 조금 일찍 마치고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했다. 돌이켜보니 나조차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본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첫째는 7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14살이 된 지금도 피아노학원을 다니고 있다. 누군가는 “전공시킬 것도 아닌데 아직도 다니냐”고 묻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피아노를 즐기는 아이에게 가능한 한 음악의 끈을 놓지 않게 하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다.
예전 초등학생 시절, 헤이리마을 카메라타의 작은 클래식 공연에 함께 간 적이 있었다. 그때도 내심 걱정했다. 산만한 첫째가 과연 2시간 공연을 지루해하지 않을까. 그러나 첫째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삼중주 연주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공연이 끝난 후 차 안에서 자신 옆에 앉은 분 핸드폰에 불이 들어와 시간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30분 지난 줄 알았는데 1시간 반이 지나 있었다”고 말했다. 음악에 깊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가능하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제 연주 공연에 데리고 갔다.
오늘의 연주는 라흐마니노프 곡이었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첫째는 “초등학교 때보다 커서 들은 오늘 연주가 훨씬 좋았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몇 번 가지 못했던 공연의 느낌을 기억하고 있는 것도 놀라웠고, 지금은 왜 더 좋은지 묻자 “클래식 음악은 클라이맥스 선율이 참 좋다”고 답했다. 작곡가도, 연주가도 잘 모르는 아이지만, 단순히 선율을 즐긴다는 그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공연 제목처럼 누구나 클래식일 수 있는 이유다.
머릿속은 복잡하고,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많아 고민하다가 함께 찾은 공연이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겠지만, 가능한 한 생동감 있는 선율들을 더 많이 들려주고, 함께 듣고 싶다. 오늘 하루는 그 자체로 참 풍성했다.
내 안의 한 줄
클래식은 아는 사람의 음악이 아니라,
즐기는 사람의 음악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