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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없다. 선택만 있다.

[D-361] 마음의 길없음

by Mooon

D-361. Sentence

마음의 길없음

IMG_2443.HEIC @예술대학 (808관)

이번 학기는 매주 수요일마다 수업이 있어, 이른 아침 스쿨버스를 타고 안성에 내려온다. 오늘도 여느 수요일처럼 캠퍼스에 도착하자마자 카페에 들러 내가 좋아하는 서울우유 그릭요거트와 블루베리 잼을 챙겨 예술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지나자마자 눈에 띈 문구 하나. 마음의 길없음.


종강이 다가오니 과제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름과 작품 설명이 적힌 걸 보니 이 문구도 학생들의 과제 중 하나였던 듯하다. ‘마음의 길없음’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도와 메시지를 품고 있었을지 곱씹어본다. 작품을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겠지만, 나에게 이 문장은 ‘정해진 마음의 길은 없다’는 뜻으로 읽혔다.


우리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상황과 사람들을 만나고, 매 순간 수많은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은 결국 내 마음이다. 내 마음이 어느 쪽으로 더 기우는지에 따라 순간이 결정되고, 하루가 만들어지고, 인생이 그려진다. 결국 49대 51, 아주 미세한 마음의 기울기.


다음 주가 종강인데, 왜인지 이번 주가 마지막인 것처럼 이번학기가 길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오늘의 마음과 싸운다. 며칠 전, 임용된 지 3년이 지나 다시 온라인 면접을 봤다. 이 학교에서 6년을 수업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학교에서 임용 기간 만료 연락을 받고 이번 학기가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초, 6년간 강의해온 학교를 갑작스레 정리해야 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학교 규칙이 바뀌면서였다. 아무리 강의평가가 좋아도, 두번이나 우수교원으로 선정돼도 끝은 결국 내가 정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조금씩 초연해졌다. 그래서인지 이번 학기가 길게만 느껴지다가도, 이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보는 것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다.


11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이어지는 수업. 오전반에서도 한 조 한 조 피드백을 하며 오늘도 온 힘을 쏟았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이번 하반기에 있었던 지원사업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학생들에게 꼭 말하고 싶었다. 머릿속과 아이디어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제발 무엇이라도 해보라. 수업 진도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다음 주면 종강이니까, 그리고 정말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마음의 길은 내가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도 결국 내가 진다. 단순하고 명확한 이치.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나를 바라보고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일뿐이다. 오늘 수업도 어느덧 끝나간다. 학생들은 내가 전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음 주 최종 발표를 위해 열심히 토론 중이다.



내 안의 한 줄

오늘의 마음이 내 길을 만든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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