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67]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D-367. Sentence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이 동네로 이사 온 뒤, 집 앞 도서관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이름도 그렇고, 건물 외관도 인상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도서관이 윤동주 시인을 기념해 지어진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을 기리기 위해 건물이 세워진다는 건, 그가 남긴 것이 단순한 기록 이상의 무엇이었다는 뜻일 것이다.
윤동주 시인은 어떤 시인이었을까. 문학을 깊이 알지 못하는 나도 알고 있는 시가 있다는 건, 그 문장이 가진 힘이 시대를 넘어섰다는 의미일 것이다. 유명해서가 아니라, 계속 읽히고 기억되었기 때문에 남아 있는 문장. 그 시는 그렇게 만들어졌을 것 같았다.
오늘은 둘째가 축구 방과후를 마치고 일찍 하교하는 날이었다. 학교 앞에는 차를 세워둘 공간이 없어, 내를 건너숲 근처에 있는 도서관 주차장에 잠시 차를 세우고 아이를 데리러 걸어갔다. 그 길에서 윤동주 시인의 모습과 함께 ‘서시’의 일부가 적힌 현수막이 보였다. 사람들은 대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구절에 멈춰 서는 것 같지만, 오늘 내 눈에 들어온 문장은 달랐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이 짧은 구절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문학이 한국 고전소설이라고 한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고픔도, 배움에 대한 갈증도, 선택지가 거의 없던 시절의 마음도 지금의 아이들에겐 체감되지 않는다. 결핍을 경험하지 않은 시대의 아이들에게 그 마음을 이해해 달라는 건, 어쩌면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르겠다.
어제 둘째는 교회 연습을 마치고 간식으로 빼빼로를 받아왔다. 그런데 어젯밤, 나도 모르게 그 빼빼로를 먹어버렸다. 오늘 하교 후 아이가 자신의 빼빼로를 찾았고,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엄마가 먹었다고, 미안하다고. 아이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갔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방으로 들어가 눈을 맞추고 한 번 더 사과했지만, 아이의 반응은 여전히 퉁명스러웠다.
오늘 아이에겐 많은 것들이 있었다. 하교 후 내가 준 오감자 과자도 있었고, 선물로 받은 나이키 축구화도 있었다. 아빠와 목욕탕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아빠는 바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의 마음속에는 오직 빼빼로 하나만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방에 들어가 한참을 나오지 않던 아이에게 목욕탕 갈 준비를 하라고 말했지만, 내 말에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아빠에게 다가가 무엇을 챙길지 묻다가, “엄마가 내 빼빼로를 먹었어.” 그 말을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 순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많은 것들을 받고도, 이 작은 하나를 나누지 못할 만큼 엄마에 대한 마음이 없는 건지. 사과를 했음에도 화가 풀리지 않을 만큼, 지금 누리는 것들이 너무 당연해진 건지. 감사라는 감정이 사라진 건지. 화가 났다. 남편은 아이에게 감사할 줄 모르면 결국 다 잃어버리게 된다고 말하며, 오늘은 목욕탕에 갈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왜 못 가는지 묻는 나에게, 아이는 한참을 울다가 “감사할 줄 몰라서요.” 그렇게 말하며 대성통곡을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이란 무엇일까. 그 시대의 간절함은 지금 나에게,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 존재하는가. 별을 노래한다는 건, 무엇 하나도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간절함으로 채워가고, 하나하나 쌓아가는 삶은 가벼울 수 없다. 이 시대의 부모로서, 그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자주 고민하게 된다. 그저 착한 말 몇 마디로는 부족하다. 생각하고, 흔들리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 속에서만 만들어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걸 오늘도 느낀다.
내 안의 한 줄
당연해질수록 마음은 메말라진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