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70] 조금씩 쓴다고 거지를 면할 순 없다.
D-370. Sentence
조금씩 쓴다고 거지를 면할 순 없다.
조금씩 쓴다고 거지를 면할 순 없다는 말이 있다. 요즘 들어 이 문장이 유난히 마음에 오래 남는다.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재벌이라고 해서 다를까. 오히려 더 많은 부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고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보면, 돈에서의 자유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말이 아닐까 싶어진다. 권력이나 명예 때문일까 생각해 보다가도, 결국 살아 있는 한 돈은 삶의 조건처럼 따라붙는다는 생각으로 돌아온다.
결혼 전과 지금은 확실히 다르다.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고, 어느새 중년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 그때부터 돈의 의미가 훨씬 구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나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해주고 싶은 마음. 단 한 번뿐인 이 시기에,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들의 배움이 멈추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그건 욕심이라기보다 부모로서 너무 솔직한 감정이다.
그래서 요즘은 자주 생각한다. 왜 더 일찍 시작하지 못했을까. 왜 내가 하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막연한 믿음 속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냈을까. 지금에 와서는 후회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대한 이해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실감한다.
돈이 많고 적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돈이 무엇인지, 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 관점을 두 아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방학이 되면 중학생이 된 첫째와 함께 경제 뉴스를 듣는다. 대단한 분석을 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돈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그 흐름을 함께 느껴보고 싶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소액에 꽤 둔감한 사람이었다. 열심히 살았으니 이 정도는 괜찮다는 마음으로, 커피 한 잔과 작은 소비들을 가볍게 넘겨왔다. 하지만 돈을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통된 조언이 있다. 만 원, 이만 원, 오늘 마시는 커피 한 잔을 쉽게 보지 말라는 말. 시간이 갈수록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결국 가치를 잃지 않는 다른 무언가로 돈을 옮겨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화폐 가치가 흔들리는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솔직히 막막하다. 앞날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막해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무지하면 당하고, 무지하면 준비할 수 없고, 무지하면 나아질 수 없다. 내 일은 내 일이고, 돈은 돈이다. 주식도, 부동산도, 가상화폐도 결국은 알아야 판단할 수 있고, 깊어져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소문이 아니라, 내가 공부하고 내가 결정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세상 이치는 늘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단순하다. 왕도를 바란다면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돈도 마찬가지다. 돈에 대해 알아야 끌려다니지 않는다. 돈을 알아야, 비로소 선택할 수 있다. 요즘 들어 그 사실을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배우고 있다.
내 안의 한 줄
돈을 아는 일은, 삶을 미루지 않는 일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