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하기 위해 포기한 용기

[D-371] 선택하지 않아야 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 그것이 감각

by Mooon

D-371. Sentence

선택하지 않아야 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

그것이 감각입니다.


@일의 감각_(p.101)

선택하지 않아야 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 그것이 감각이라고 했다. 나는 한동안 읽지 않았다. <일의 감각>도, 이번에 나온 <비범한 평범>도. 관련 분야에 있는 지인들 대부분이 <일의 감각>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필사를 했다고까지 했지만 이상하게도 손이 가지 않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저 ‘아직은’이라는 말 뒤에 미뤄둔 채로 시간을 흘려보냈을 뿐이다.


그러다 지난주, 두 번째 책 <비범한 평범>의 북토크 현장에서 나는 정작 그 책이 아닌 <일의 감각>을 사 들고 있었다. 북토크를 듣고, 책장을 넘기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아, 이 사람은 참 쉽게 이야기하는구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수많은 이해관계와 선택, 포기와 결단이 얽혀 있을 텐데, 그 결과를 설명하는 언어는 놀라울 만큼 단순하고 명확했다. 복잡함을 그대로 옮겨놓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걸러낸 언어. 그 점이 오래 남았다.


오늘은 오래전 같은 재단에 다녔던 동료를 만났다. 지금은 팀장이 된 사람. 생각해보면 같은 부서에서 일해본 적도 없고, 자주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뜸하게 이어지던 연락이 다시 닿았고 우리는 점심을 함께 먹었다. 이렇게 다시 얼굴을 보고 밥을 먹는 일이 결코 ‘보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깨가 좋지 않아 가방은 최대한 가볍게 들려고 노력하지만, 오늘은 텀블러 대신 <일의 감각>을 선택했다. 자리가 없어 서서 읽으면서도 마음에 걸리는 문장에 줄을 긋는 걸 포기하지 못했다. 조금 성의 없어 보일지라도, 그 문장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선택하지 않아야 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 그것이 감각이다.”


곱씹을수록 고개가 끄덕여졌다. 주변의 결정장애인 친구들을 떠올려보면, 그들은 선택을 못 해서라기보다 버리지 못해서 멈춰 서 있는 경우가 많다. 무엇을 고를지보다,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미련. 마치 나를 설명하는 51을 택하면서, 동시에 버려야 하는 49를 끝내 놓지 못하는 마음과도 닮아 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만큼 중요한 건, 무엇을 버릴지를 판단하는 기준. 그 기준이 바로 감각이라는 말이 오늘따라 유난히 또렷하게 다가왔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선택을 하며 우리는 하루를 만들어간다. 정답 없는 선택들이 쌓여 결국 나의 하루, 나의 방향, 나의 브랜드가 된다.


오늘 내가 한 선택들을 가만히 돌아본다. 10년 넘게 제대로 마주한 적 없던 옛동료와 점심을 먹겠다는 선택. 어색하면 어쩌지 하는 잠깐의 망설임을 뒤로하고, 나의 일과 일상에 대해 제법 솔직한 이야기를 꺼낸 선택. 헤어진 뒤 2층을 잠시 둘러보다, 귀를 뚫어야겠다는 충동을 행동으로 옮긴 선택. 그 선택들 뒤에서 내가 포기한 것들도 분명 있다. 오늘 하려 했던 몇 가지 일들, 계획해두었던 일정들. 다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나의 선택이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이 시간, 하지 못한 다른 일 대신 브런치 글을 쓰는 것을 선택한 지금의 나는, 또 어떤 내일을 쌓아가고 있을까. 그게 조금 궁금해지는 밤이다.



내 안의 한 줄

감각은 선택의 기술이 아니라, 포기의 기준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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