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기억하는 방식

[D-372] Past Present Future

by Mooon

D-372. Sentence

Past Present Future


IMG_2776.heic @mmmg

오늘은 성탄절이다. 나에게 성탄절은 늘 많은 의미를 품은 날이었다. 성탄절 이브가 되면 어김없이 새벽송을 준비했고, 성탄절을 기념하는 공연을 위해 연습하던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올해의 성탄절도 겉으로 보자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에 닿는 결은 꽤 달랐다.


어제 저녁,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이른 시간 교회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불빛이 반짝이는 머리띠를 쓴 채 동네를 돌았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거리의 풍경도, 사람들의 반응도 유난히 삭막하고 냉랭하게 느껴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사를 건네면 함께 손을 흔들어주던 사람들이, 어제는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삭막해져가는 시대, 이 나라의 공기, 사람들의 마음을 몸으로 체감하는 듯한 이브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각 가정을 방문하며 찬양을 불렀고, 그 안에서 웃고 기뻐했다. 오늘도 성탄절을 맞아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청년들은 청년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찬양하고 율동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이 날을 기념했다. 그 시간만큼은 세상과 분리된 듯한, 묘하게 진한 평안이 흘렀다. 성탄절은 어쩌면 그런 날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과거의 성탄절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따뜻함을 나누는 설레는 시간이었는데, 지금의 성탄절은 수많은 휴일 중 하루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지금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미래의 성탄절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왠지 모르게 슬퍼질 것만 같다. 이번 학기를 종강하며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에 대해 물었더니, 중국에는 크리스마스가 없다고 했다. 이렇게 사람마다, 나라마다 성탄절을 느끼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더 분명해진 생각이 있다. 지금의 세상을 보며 미래를 무거워하기보다, 결국 나에게 성탄절은 어떤 의미인가를 잊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 그리고 두 아들에게도 성탄절의 의미를 잊지 않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 그저 노는 날, 선물 받는 날이 아니라, 왜 이 날을 기념하는지 기억하며 맞이하는 내일의 성탄절이기를 바란다.


내일이 생일인 첫째를 축하하기 위해 맛있는 저녁을 먹고, 아울렛에 들렀다가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오자마자, 사춘기를 장착한 아들은 모든 것이 불만이고 억울하고, 해야 할 일은 모조리 귀찮을 뿐이다. ‘중학생의 머릿속은 그냥 공사 중이라고 생각하라’는 지인의 조언을 머리로는 기억하지만, 막상 마주하면 앞으로 이 아이가 중학교 시절을 어떻게 지나게 될지 막막해진다. 지금의 첫째에게 성탄절은, 해야 할 것들이 귀찮기만 한 평범한 하루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모습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내가 미래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오늘은 성탄절이다. 오늘을 기억하고, 내일을 기대해본다. 그것이 나에게 성탄절의 의미이며, 내가 이 날에 붙들고 싶은 가치다.



내 안의 한 줄

성탄절은 나를 지키기 위해 기억하는 하루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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