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태도라는 선물.

[D-373] 사유의 태도

by Mooon

D-373. Sentence

사유의 태도


IMG_2753.JPG @브런치 작가 해이님

예상치 못하게 브런치 작가 모임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래저래 바쁘다는 핑계로 작가님들이 함께하는 여름 매거진에는 한 번밖에 글을 싣지 못했는데, 감사하게도 물성을 가진 책에 내 글이 담기는 경험을 했다. 생각해보니 올해는 처음 해보는 일이 유난히 많다.


1년 동안 매일 글을 써보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처음이고, 실제로 내 글이 책으로 발간된 것도 처음이다. ‘리미(Re:me)’라는 이름으로 자기탐구 워크숍을 진행해본 것도, 서울시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삼척을 수도 없이 오간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이쯤에서 스스로에게 한마디쯤 해도 되지 않을까. 수고했다, 정말)


여름 매거진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남아 겨울 매거진에는 조금 더 성실하게 참여해보자 다짐했다. 그래서 이번 주도 빼먹지 말고 글을 써야지, 다시 마음을 다잡아본다. 쉼 없이 대화가 오가는 단톡방은 여전히 쉽지 않다. 낯을 가리는 소심한 아줌마는 온라인에서도 잘 끼어들지 못한다. 그런데 글재주가 탁월하고, 이번에 책도 내게 되신 해이 작가님께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단톡방에 계신 작가님들 한 분 한 분에게 상장을 만들어 선물해주셨다.


센스가 넘쳐흐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선물은 또 처음이다. 감각과 센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분명 타고나는 영역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나처럼 중심에서 활발히 활동하지 못하는 사람에게까지 마음을 써주었다는 그 세심함이 참 고마웠다.


내가 받은 상의 이름은 ‘범상’. 내가 어떤 브런치 글을 쓰고 있는지까지 파악한 뒤 써 내려간 상장 문구가 유난히 따뜻했다. 거기에 적혀 있던 말, ‘사유의 태도’. 단순히 생각하는 것을 넘어, 자발적으로 질문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과 타인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 AI는 그렇게 정의했다.


<오늘 마주친 문장 하나>를 연재하며 생긴 습관이 하나 있다. 그날 내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문장들을 더 이상 흘려보지 않게 되었다는 것. 사실 인터넷이나 인스타그램에 떠도는 명언이나 이미 유명한 문장들을 ‘오늘의 문장’으로 가져오는 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누군가가 선택해준 문장이니까. 나는 내가 정말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만난 문장 하나를 붙잡고, 그 문장을 나만의 생각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그 욕심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도, 올해 내내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다.


가볍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아이들 등교 후, 학교 앞 카페에 앉아 시댁 이야기, 남편 이야기, 명품과 화장품, 아이들 학교 이야기를 나누며 기쁨을 느끼는 삶을 선호하지 않는다. 맛있는 것을 먹고, 사고 싶은 옷과 가방을 마음껏 사고, 여행을 많이 다니며 그것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문장 하나를 붙잡고 다시 읽고, 곱씹고, 쓰는 일이 나에게는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을까. 누군가는 일기는 아무리 열심히 써도 의미 없다고 말하지만, 나에게 의미 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다시 한 번, 나에게 상장을 선물로 건네준 해이 작가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가 쓰고 있는 글의 의미를 다시 상기시켜준 고마운 사람이니까.



내 안의 한 줄

사유는 나를 가볍게 살지 않게 붙잡아준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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