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두려움을 말하다.

[D-374] '두려워하지 말라.'예요.

by Mooon

D-374. Sentence

'두려워하지 말라.'예요.


IMG_2910.jpg @sajang.kca

오늘은 자그만치 12월 29일이다. 2025년이 오늘을 빼고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 이제 막 지나갈 한 해에 대한 아쉬움보다, 곧 맞이하게 될 2026년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더 자주 고개를 든다.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악화되고 있는 현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내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지금이 다가오는 2026년을 흐릿하게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두려워한들, 불안해한들,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다가올 현실은 내가 바꿀 수 없지만,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만큼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너무도 상식적인 진리가 지금의 나에게는 유난히 간절하다. 성경에는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 365번 나온다고 한다. 솔직히 직접 세어본 적은 없지만, 그만큼 많이 반복된다는 의미라면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 그렇게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아마도 사람들이 그만큼 자주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을 잃을까 봐 두렵고, 아이가 공부를 못할까 봐 불안하고, 건강을 잃을까 봐 마음을 졸이는 것이 사람이다.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은 나를 움찔하게 하고, 망설이게 하고, 결국 멈칫하게 만든다.


지난 토요일, 베트남에 살고 있는 언니와 대학원 친구와 함께 부산에서 만났다. 낯선 도시에서 오랜만에 세 사람만 보내는 시간은 참 애틋했고, 따뜻했고, 행복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들려온 이야기들은 마음을 무겁게 했다. 베트남 주재원으로 나가 있는 여러 가정들이 갑작스러운 퇴직 통보로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이야기, 대학원 친구의 전 동료들 역시 이미 퇴직을 한 상태라는 이야기.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리 집 이야기였고, 곧 나의 현실일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두렵지 않을 수 있을까. 이제 막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해 밀어줘야 할 중학생 아들이 있고,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가 있다. 대출 이자와 보험료, 생활비 같은 적지 않은 고정비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다가오는 내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말한다. 무조건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냥 하면 된다고. 두려워하지 말아라, 꾸준하라, 멈추지 마라. 마치 상황과는 상관없이 오직 내 마음만 지키라는 주문처럼 들리기도 한다. 환율은 오르고, 이미 IMF가 왔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장을 보러 가는 일이 겁날 만큼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기쁘고 밝기만 한 연말은 분명 아니다.


그럼에도 달라질 것은 없다. 나는 나의 자리를 지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는 것뿐이다.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을 넘어서라는 뜻일 것이다. 오늘은 조금 무거운 글이었나 싶다. 하지만 이것이 오늘 내가 느낀 가장 솔직한 마음이다. 그리고 이런 날도, 결국은 오늘의 보통날이다.



내 안의 한 줄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지만, 선택은 여전히 내 몫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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