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는 선택이다.

[D-375] 태도에 관하여

by Mooon

D-375. Sentence

태도에 관하여


IMG_2800.jpg @keepcalm_jang

연말인데, 연말 같지 않다. 보통 나에게 12월은 한 해의 속도를 서서히 줄이는 시간이다. 바쁜 일들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12월 중순쯤이면 가족들과 속초에 다녀와서 숨을 고르며 연말의 공기를 느끼는 시기. 그게 내게 익숙한 12월의 리듬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지금, 조금도 여유롭지 못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월 9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14개의 온라인 강의 영상 자료 때문이었다. 강의안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촬영도 셀프, 편집도 혼자. 생각만 해도 막막한 미션이다. 제출 마감에 쫓기다 보니, 평소의 나답지 않게 ‘혹시 못 내면 어쩌지’라는 생각까지 스친다. 너무 바빠서 그렇다고,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핑계 대고 싶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2026년은 아직 너무 멀게 느껴졌고, 그저 눈앞의 일들을 정신없이 쳐내느라 마음 한편이 계속 무거웠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결국 AI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강의 자료를 만들어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엉성하고, 부족해 보이고, ‘이게 맞나’ 싶은 부분 투성이다. 그래도 지금의 목표는 단순하다. 완벽한 강의가 아니라, 일단 PPT 14개를 모두 만드는 것.


그 다음에 하나씩 다시 보면서 시연을 어떻게 할지, 마무리는 어떻게 가져갈지 차분히 정리할 생각이다. 1월 첫째 주에 예약해둔 학교 내 셀프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게 되면, 어쩌면 1월 9일 이후가 나의 방학이자, 나에게는 진짜 2026년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1월 9일부터 두 아들의 긴 겨울방학이 시작된다는 사실은, 지금은 애써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마음만 급하고 정신없는 연말을 보내고 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2026년은 어떤 한 해가 되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결국 ‘태도’인 것 같다.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보다, 그 앞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선택하느냐.


요즘 들어 오래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들이 있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마다 마음이 영 편치 않다. 왜 나는 더 듣지 못했을까. 왜 자꾸 말에 힘이 들어갔을까. 듣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싶은데, 10년 넘게 가르치는 일을 해오다 보니 본능적으로 말이 많아진다고 합리화시키고싶다. 상대가 이해했는지 의심하며 덧붙이는 설명들, 괜히 방향을 정해주려 들고 판단하려는 태도들.


정말 가능하다면, 그런 태도들은 지구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다. 다시는 눈에 띄지 않게 멀리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두 아들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지인들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 조금은 더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은 2026년이다. 이렇게 굳어버릴까 봐, 나 스스로도 싫어하는 ‘꼰대’가 되어 살아갈까 봐 솔직히 두렵다.


그래서 다짐해본다. 상황을 핑계 삼지 말고, 조금만 더 듣자. 조금만 더 웃자. 조금만 더 여유로워지자. 이 다짐은 과연 1월 9일 이후부터 가능할까 싶다가도, 아니, 지금부터 하면 되는 거지 싶어진다. 지금 나는 8주차 강의를 만들고 있다. 일단 자료부터 만들고, 그다음에 생각하기로 한다.



내 안의 한 줄

태도는 일이 한창일 때 드러난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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