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인생 말고, 나의 선택

[D-376] 남의 인생을 사느라 낭비하지 마세요.

by Mooon

D-376. Sentence

남의 인생을 사느라 낭비하지 마세요.


IMG_2935.jpg @권민_페이스북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오늘 밤 자고 일어나면 2026년 1월 1일이라는 사실이, 아직은 현실보다 비현실처럼 느껴진다. 달력이 바뀐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가 이렇게 낯설 수 있나 싶다. 연말은 늘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이라기보다, 마음의 속도를 잠시 늦추게 만드는 구간에 가깝다. 그런데 올해는 좀 다르다. 멈춘다기보다는, 한 번 크게 방향을 틀고 서 있는 느낌에 가깝다.


2025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라면, 격변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6년간 이어오던 두 학교의 강의를 모두 내려놓게 되었다. 너무 당연하게, 내가 원하면 언제든 계속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자리였다. 그래서 6년 만에 새로운 두 학교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익숙함을 떠나 다시 낯선 구조와 리듬에 몸을 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언제까지나 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이 조금씩 무너졌다. 그 균열이 있었기에, 더 이상 비전임에는 지원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또렷해졌는지 모른다.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모 학교의 정교수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20대에는 학교에 남고 싶다는 마음이 아주 순수한 꿈이었다. 30대와 40대를 지나며, 그 꿈은 현실 앞에서 조용히 접어야 할 대상이 되었고, 마음 한편에 고이 묻어두었던 이름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40대 후반에 다시 꺼내든 정교수 임용은, 그때의 순수함도 아니고 좌절도 아니다. 조금은 담담하고, 조금은 현실적이다.


교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이제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 중심을 잡고, 더 다양한 일로 확장하기 위한 기반’에 가깝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대한 열정이 식은 적은 없다. 다만 비전임으로 아무리 애써도, 우수교원으로 선정되고 강의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도, 외부 요인 하나로 모든 것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한계로 다가왔다.


오늘, 지원했던 학교의 1차 전형 결과가 나왔다. 합격이다. 이름을 말하면 모두가 아는 학교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메시지는 나에게 작은 위안과 조심스러운 기대를 남겼다. 2차 전형은 전공 적합성과 연구 실적에 대한 심도 평가이고, 결과는 1월 중순에 나온다. 나는 그동안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어왔다. 왜 교수가 되고 싶은가. 남들이 좋다고 말해서? 안정적이라서? 있어 보이니까?


이제는 안다. 20대부터 40대 후반이 되어서도 지워지지 않았던 이 마음은, 남의 인생을 대신 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는 것을. 전날 새벽까지 프로젝트 작업을 하고, 새벽 기차를 타고 이동해 9시간 연강을 해도, 강의실에 서면 힘이 난다. 강의평가에 남겨진 “열정적이다”, “피드백이 세심하다”, “알고 있는 것을 진심으로 전달하려 한다”는 문장들은, 내가 왜 이 일을 놓지 못하는지를 조용히 증명해준다. 2025년 마지막 날 받은 1차 전형 합격 메시지는 그래서 남다르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2026년을 향해 다시 달려가도 좋다는 응원처럼 느껴진다. 일단 지금은 즐기자. 합격했다. 감사하다.



내 안의 한 줄

나는 결국, 내가 선택한 인생을 살고 있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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