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78] 얼마나 다행인지 너는 알까.
D-378. Sentence
얼마나 다행인지 너는 알까.
요즘은 긍정적인 소식보다 부정적인 소식이 훨씬 더 쉽게 들려온다. 우리나라는 곧 망할 것이다. 이 나라는 더 이상 소망이 없다. 화폐 가치는 계속 떨어져 종이조각이 될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원하지 않아도 귀에 꽂히는 이런 말들이 어느 순간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열심히 살아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열심히 돈을 벌어 두 아들을 학원에 보내고, 공부를 잘하게 만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오늘은 남편의 마지막 휴가날이다. 나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온라인 강의 자료를 만들고, 남편은 책을 읽기 위해 함께 좋아하는 카페로 향했다. 차 안에서 남편이 “우리나라는 소망이 없는 것 같아”라는 말을 꺼냈을 때, 순간 마음이 불편해졌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고, 무작정 긍정만 외치는 것도 답은 아니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부정적인 메시지를 애써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비관적인 말들은 지금만큼은 듣고 싶지 않았다. 아직 2026년이 시작된 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았으니까.
지금 내게는 힘을 낼 수 있는 말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를, 오늘 하루를 버텨낼 근거를 건네는 이야기들 말이다. 함께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 일이 줄어들고 모두가 어렵다고 말하는 요즘, 각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기나긴 겨울방학에 마음껏 놀고 싶을 나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며 학원 방학 특강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첫째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영상 통화로나마 멀리 있는 친오빠와 세 명의 귀여운 조카들과 새해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 머릿속이 복잡하고 답이 없을 때, 전화를 걸어 솔직한 상황과 마음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멘토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불행보다 다행인 일들이 훨씬 더 많다. 현실이 때로는 지옥처럼 느껴질지라도, 그 지옥을 지나갈 힘을 주는 다행들이 내 주변에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싶다. 여전히 온라인 강의안은 끝나지 않았고, 뒷골이 당기고 메스꺼움이 올라오는 고질병도 다시 고개를 든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바람을 쐬려 한다. 이 또한, 참으로 다행인 일이다.
내 안의 한 줄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오늘이 있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